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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Nov 01. 2022

가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 못한 채 수년이 흘러버린 이야기

내게 허락된 가을은 앞으로 몇 번이나 있을까?

해야지 하며 삼키고 해야지 하며 삼키고

삼키고 또 삼키는 동안 나는 변해버렸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조차 변했겠지


올해의 가을이 지나기 전에

지금 가을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울긋불긋 가득 매달려있는 경희대 단풍의 모습도

또 며칠이 가고 며칠이 지나면 한 움큼.. 또 한 움큼 빠져나가겠지?


마치 내게 남아있는 순수와, 정갈한 것들과, 있는 그대로 교감했던 수많은 감정들이 하나씩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처럼


교정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하늘의 플레이아데스 성단과 가을철 별자리를 보며 차가운 공기에 입김 내뿜으며 바보같이 미소 지었던 것들도 반이 되어버리고


많은 것들이 낡았고

새로운 것들로 바뀌고 시간도 많이 흘러 정신조차 멍한데

가슴속에 더 또렷해지는 신념과 같은 감정


수많은 사람이 같은 사람일 수 없고

수많은 낙엽이 같은 낙엽일 수 없다

예쁜 낙엽을 마치 쇼핑하듯이 주워서 책 속에 넣기 바빴고

네 잎 클로버를 찾아 시를 적어 코팅하였다

아무것도 없이 순수했던 나는. 우리는. 쏟아지는 낙엽들을 헤치고 정처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가을의 경주마였나 보다

아마 그 경주는 끝나지 않을 듯

그 가을은 끝나지 않을 듯

과거 현재 미래를 쏟아부으며 몰입했던 그 가을의 정처 없이 떠돌던 향기와 발자국


그 가을의 요람 안에서 난 잠시 어른임을 잊고 잔뜩 움츠려 위로받았나보다


가을에 멈춰있다

나의 계절은 날 때부터 지금까지 가을이다

삶이 나의 가을을 끊어내고, 시련과 고통이 나의 가을을 어둠으로 물들였지만

다시 날이 밝으면 가을이었다


내 가을 나만의 가을

네가 내게 다가오던 설레는 걸음의 그 밤도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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