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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away from
Dec 28. 2023
세상 거의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오래 살아온 어른들은
그 이유에 기대에 세상 모든 현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려 했다
내가 아픈 것도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내 습관이 잘못되어서 아픈 거구나'
'내가 소심해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구나'
이유를 대고 나면 문서에 결재하고 종결짓듯이 그 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이 얼어붙은 어느 날
아프고 무기력한 어느 날
너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 안 좋은 마음과 컨디션에 붙일 이유를 찾던 중
그 마음과 무기력함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스르륵 녹아버린 이유를 떠올리려 하자
마치 바이러스 걸린 컴퓨터의 모니터에 가득 도배된 활자들처럼
내게 떠오르는 단어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사랑해서 사랑해서 사랑해서
예뻐서 예뻐서 예뻐서
좋아해서 좋아해서 좋아해서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수많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를 대며 살아가는 인생에서
저런 추상적인 이유가 빼곡히 차는 것의 쾌감은
날 살아있게 한다
잠시만 더..
조금만 더 날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면
내가 다시 완충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딱딱하게 막혀있던 벽이
실은 금방 녹아버리는 얼음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희열감
희망하며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