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난 후 맑은 공기
차분한 하늘과 높게 천천히 떠가는 구름
듬성듬성 뒷동산에 우뚝 서있는 나무들엔
제법 푸른 싹이 돋아나고
차들은 천천히, 때론 빠르게 지나간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깊은 한숨을 몰아쉰 후
날 위해 챙겨준 아내의 짐
차곡차곡 다양하게
내가 입을 속옷들과
내가 쓸 용품들과
내가 먹을 영양제와
가지런히 세탁된 후 비닐에 싸여있는 봄옷들이
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걱정해 주는 마음과
배려해 주는 모든 것들이 오롯이 느껴져서
눈물이 난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였구나
날 위해 울어주는 아이와
내 하루하루 아침 점심저녁과 자는 시간까지도 예상하고 배려해 장을 봐준 아내와
무뚝뚝하지만 혼자 묵묵히 자신의 것들을 너무나도 잘 해내가는 아들
그 무엇도 해치지 말기를
아름다운 것들이 아름다움으로 남기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이 순간순간을 살아낼 테니
나의 그 소중한 것들이 다치지 않기를
가끔 기도한다
그 어떤 종교인보다도 간절하게
나에 대한 다짐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