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와 농부의 이야기

by Far away from

올해도 추수가 한창이다.

다들 바쁘게 벼를 베어나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는 남자가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니 그 남자는 벼와 이야기 하고 있다.


'너 작년엔 좀더 크게 자라더니 올해는 좀 작네? 무슨일 있었니?'


혼자 묻고는 무언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대답한다.


'아.. 그랬구나. 올해는 작년보다 왠지 모르게 비도 많이 오고 쓸쓸한 마음이 많이 들어서 좀 더 자라지 못했구나. 그치만 무척이나 성숙했겠네~ 작년보다 생각을 더 많이 했으니..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맛있게 먹을께? 그리고.. 내년에 다시 보자?'


기분좋게 웃으며 얘기하던 농부는 이내 손수 이삭을 베기 시작한다.


'아니. 저기 벼를 베는 기계들이 많은데 왜 손수 낫으로 벼를 베는 겁니까?'


내가 물었고 그 농부는 웃으며 대답했다.


'한해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입니다. 당신은 친구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까워 서둘러 얘기를 하나요? 난 조용히 오랜 시간동안 친구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볼 그날까지 또 서로 나눌 대화들을 기대하고 그리워 하겠지요. 우리가 한해 한해 성숙하고 매년 드는 생각에 깊이가 깊어지듯이, 이것들도 마찬가지지요. 끝은 또다른 시작이고, 헤어짐은 다시 만남의 기다림이니 우리의 마음속에 좋은 추억들이 가득하다면 그 어떤 상황이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그리고 농부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다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면서 낫질을 하고 있었다. 그림같은 황금색 가을 햇살에 농부의 밀짚모자도.. 누렇게 익은 벼 이삭도.. 모두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다만, 농부의 어깨와 옷에 뭍은 땀과 눈물이 서린 자국, 흙과 인분, 거머리가 뚫은 듯 옷에 난 구멍들이 그 아름다운 모습의 결과물에 대한 과정을 설명해 주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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