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두말할 것도 없이 혼돈의 시대이다.
원초적인 권력욕과 정제되지 않은 출세욕들이 뒤섞여 진실이나 정의 따위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좋아하곤 했었는데..
요즘 같아선 내 몸의 안위부터 나라나 세계의 정세마저 어느 것 하나 정돈된 것이 없는 듯하다.
온통 뺏고 뺏기는 것,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생각하는 집단들에 대한 뉴스로 가득하여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해답이 보이지 않은 삶에서 목표점조차 점점 흐릿해진다.
혼돈 속에 빨려 들어가듯 내 몸조차 가누기 힘들 만큼 무엇 하나에 집중하기 힘든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그 와중에 기울이는 한잔 술이 너무 달다.
티브이 방송에선 누구를 욕하는지조차 불분명해져 버린 자극적인 랩들이 가득 쏟아져 나온다.
삶에 풀리지 않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나 미스터리들이 많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까지 재물로 삼아 자신들의 논리를 끼워 맞추기에 급급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들이 실질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난 요즘 무서운 것이 생겼다.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를 욕했지만 내가 버릇없는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는 부모의 상황을 이해해버렸고, 나이 들어 비전 없이 소모적인 삶을 사는 자를 욕했지만, 내가 그렇게 살고 있다.
미래의 그 어떤 모습에 대해 비난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욕했던 그 모습이 되어버리는 모순 속에서 무언가 욕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 섬뜩하다.
어렸을 땐 정돈되지 않는 것들이 있으면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를 보거나, 사계절이 뚜렷한 산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곤 했다.
하지만 바다에선 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몰려올 것만 같고, 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갈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하다. 혼돈이나 불안이 자연스러운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고민이 된다.
오늘은 또 누구와 이야기하고, 누구를 믿고, 그리고 또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오늘따라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이란 노래가 유난히 아련하고 아득한 먼 옛날 노래같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