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출근.
평일과 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놀라 서둘러 끄고 씻고 나온다.
좀 더 잤으면.. 하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간절한지 욕실 앞에 부신 눈을 비비고 서있고.. 민재는 더 자라는 내 말에 내가 같이 들어가면 잔다고 한다.
시계를 계속 살피며 지각에 임박한 시간이 되어서야 민재에게 사정을 구한다.
'민재야 이제 아빠 정말 가야해 늦었어.'
눈물을 흘리려 하며 내 팔을 더 꽉 잡는 민재.
좀 더 누워 있다가 다시 말한다.
'민재야 아빠 이제 지각이야.. 정말 늦었어.'
민재는 마지못해 울음을 삼키며 내 팔을 놔준다. 옷을 입으러 가는 나를 쪼르르 따라 나오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아이. 그 뒤로 민서와 와이프도 나온다.
밥을 먹고 가라는 와이프의 말.
하지만 정말 늦었기에 거절하며 서둘러 옷을 챙겨입는다. 그런 나에게 민재가 말한다.
'아빠, 밥을 먹어야지 왜 안먹어'
'응 민재야. 아빠 정말 늦어서..'
'아빠.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우리 몸이 중요하잖아. 그러면 밥을 먹어야지.'
'아.. 그렇긴 하지만 지각을 안하는건 회사랑 아빠간의 약속이라서. 민재도 약속을 잘지키잖아. 약속은 중요한거지?'
'아빠. 그렇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건 내 몸이잖아. 밥 안먹고 내가 하늘나라 가면 이렇게 얘기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잖아.'
'...'
민재의 의외의 말에 할말을 잊는다.
의미없이 규칙만으로 이루어진 나의 모든 생활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나서 민재는 입을 삐죽이며 서있다.
'나와 놀고싶은 마음보다 앞서서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구나..'
갑자기 허무해졌다. 1분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내달렸던 위험한 질주와.. 나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규칙과 규율들.. 그것들은 '나'라는 거울로 비추어봤을때 어떤 정도의 무게를 가진 일들일까?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규칙과 규율이 소중해지는 순간이 있다. 건강이 심하게 안좋아지거나 돈벌이보다 우선하는 삶의 위기가 찾아왔을때. 사람들은 그런 순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소리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한다.
실제로 나는 민재에게 강요하고 싶은것이 아무것도 없다. 수천년에 불과한 인류의 역사속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규칙과 규율따위. 관심없다.. 민재와 보내는 시간동안 강요되어지는 수많은 외부의 시선과 압박속에 여러가지 말들을 하지만, 본연의 나와 본연의 민재가 만나는 이런시간이 내겐 값지다.
진짜 너와 진짜 나. 너의 내핵과 나의 내핵이 맞닿는 순간. 세상의 규칙과 정해놓은 틀이 전부인것처럼 살다가 가는 세상. 그치만 그 규율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마땅한 불멸의 자연의 법칙이 있고, 그 모든 법칙들을 '나'란 존재의 틀 안에서 해석하여야 할 내 몸과 마음의 규칙이 있다.
가슴 찡한 아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민재를 꽉 안아주고 1분이라도 늦지 않게 내달려 회사를 왔고, 깊고 뜨거운 감정을 다스릴 시간도 없이 익숙한 회사의 틀과 규칙들 속에 내 몸을 내던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중얼거린다.
'민재야 사랑해.. 아빠 잘먹고 잘 있을께. 이따 저녁에 만나. 아빠가 생각하는 최선을 다하고 살고있지만 아빠도 아직 미숙해. 아직 어린 너이기 때문에 널 소유한듯 강요하는 것도 많고, 너의 의견 많이 못들어주는것도 많지만 아빠의 영혼은 항상 너에게 맞닿아있어.. 우리 오늘 저녁에 뭐하고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