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들러 주겠어?

by Far away from

민재는 밤에 잘 때 발로 옆 사람을 쑤시는 버릇이 있다. 견디다 못한 우리는 민재에게 혼자 침대에서 잘 것을 제안한다. 우물거리며 얼떨결에 승낙을 하고 난 민재는 잠자리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나 보다.


정말 '혼자' 자야 한다는 것을..


거실에 앉아있는 내게 엉엉 울며 다가와 안긴다.


"아빠.. 내가.. 일부러 쑤시려 하는 게 아니고.. 안 쑤시려 하는데 왜 혼자 자야 해~"


나는 민재에게 이야기한다.


"응.. 민재가 잘못했다고 엄마 아빠가 이러는 거 아니야. 밤에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민재는 여전히 울고 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내 내 안락함보다 민재의 아픈 마음을 더 헤어리고 싶어 진 나는 민재에게 이야기한다.


"민재야. 아빠가 옆에서 잘게.. 그만 울어 응?"


그때 애 엄마가 민재에게 달려와 닦달을 한다.


"민재야. 빨리 자야지. 혼자 자기로 했으면서 왜 그래~ 민재 친구 윤호도 혼자 자고 민재보다 더 작은 유준이도 혼자 잔대~"


엄마의 속사포 공격에 정처 없이 당하던 민재는 잠시 동안 더 흐느낀다.


한참을 안아주고 나니 이내 체념한 듯 나에게 말한다.


"아빠. 이따 자러 들어올 때 민재 옆에 들러줄 거지?"


'들러준다'라는 말..


그 한마디 단어에 내 가슴은 소용돌이친다.


'아빤.. 아빤 죽어서도 항상 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르고 싶을 것만 같아..'


이런 내면의 말을 꾹 억눌러 삼키고 민재에게 말한다.


"그럼~ 당연히 들를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자~ 알았지?'


그제야 안심한듯한 민재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한참이 지나서야 방에 들어간다.


들어가고 나서도 가시지 않은 여운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네가 아주 커서 아빠가 냄새나는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도.. 행여 아빠가 죽어 영혼이 되었을 때도 네게 자주 들르고 싶을 것 같은데.. 냄새나고 무섭다고 아빠를 밀어낼 거니? 지금처럼 웃으며 반겨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래 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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