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오늘의 나는. 오늘의 아이는..

7살의 봄

by Far away from

'우린 항상 똑같다 그치~'


지금의 민재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나와 똑같은 것에서 만족을 찾는 아이를 보며 내가 그리 나쁘지 않은 아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자부심을 가지기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새해에 세웠던 각오는 이미 많이 무뎌진 지 오래고, 올해 하고자 했던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은 없다. 이것저것 분주하지만 무엇 하나 이뤄지는 것은 없고, 생각이 무뎌지는 만큼 글도 생활도 무뎌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7살의 첫 2개월 동안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을 뻔한 경험과, 아이를 통해서 죽음을 경험하기도 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언제든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런 마음에 종속되어 나 자신이 노예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아이가 날 막 때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민재야. 아빠 때리지 마~'


'이미 때렸는데?'


이것도 지금의 민재가 즐겨하는 말이다.


하루하루 변해가고 달라져가는 생성과 소멸의 경계선상에 항상 서있는 우리들의 인생이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오늘은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만개한 장미 꽃잎이 후드득 떨어졌다.


'사진 한 장 찍어 놓을걸.. '


비가 오는 날에는 삶의 풍요로움과 소멸이 교차하는데서 오는 묘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비가 내리지만 어제의 비와 오늘의 비는 같을 수 없고, 아이가 매일 놀아달라며 떼를 쓰지만 어제의 떼와 오늘의 떼는 결코 같지 않다.


요즘 유독 한 살 어린 옆집 아이와 즐겨 노는 민재.

어제는 퇴근길에 민재가 놀고 있길래 늦었으니 얼른 들어가자 말했다.


'아빠 먼저 들어가. 나 좀 더 놀다가 이제 들어가야겠다.. 생각이 들면 들어갈게~'


언제든 맘만 먹으면 소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민재의 시간이 분리되고 있다. 앞으로 더더욱 그럴 텐데..


장미 꽃잎이 떨어지고 나서야 사진 찍는 걸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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