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기억해줘.
민재와 주말 놀이 중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새로 사놓은 물풍선이 있다 하여 물을 채워 놀이터로 향한다.
여느 때와 같이 물풍선 여러 개를 만들어 높이 던지기 놀이를 하다가 대부분의 풍선들은 터져버리고, 마지막 남은 검은색 물풍선은 소중히 아끼며 논다.
나는 내가 잘못하여 터졌을 때 민재의 상실감이 클 것을 생각하여 최대한 안전하게 놀고, 민재는 마지막이란 생각에 여느 아이들과 다르게 무척 조심히 그것을 다룬다.
시간이 흘러 흘러 어떤 놀이를 해도 풍선이 터지지 않자 우리는 서로 말은 하지 못하지만 난해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 풍선이 터져야 다른 놀이(야구, 축구 등)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만 터지게 하기 위해 일부러 위험한 놀이를 할 수 없고..
이런 나의 고민을 알았는지 민재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아빠~ 이 풍선 우리 집으로 그냥 가져가고 다른 놀이 하자~'
이 제안이 무척 마음에 든다. 구르고 굴러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꿋꿋이 터지지 않고 우리에게 희생하는 모습이 나와 닮은 것 같기도 해서 그 풍선이 터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민재야~'
나는 서둘러 조심히 풍선을 쇼핑백에 담고 축구공을 꺼낸다.
축구를 하면서 연신 다른 곳으로 차며 나를 약 올리는 민재. 나는 황소가 되어 화난 뿔을 만들어 민재에게 돌진한다. 그러다 다시 내가 쫓기고.. 힘 빠진 민재는 바닥에 눕는다. 나도 옆에 눕고.. 누워서 본 저녁이 되려는 하늘 모습이 무척 평온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을 보면 알 수 없는 여유도 생기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며.. 행복하단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 감정이 오래가길 바라는 내 마음이 무색하게 민재는 다시 일어나 축구공을 멀리 차며 날 유혹하고 난 또다시 성난 황소가 되어 민재를 쫓는다.
밤이 되어 책을 읽어주는데 아빠랑 더 놀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민재.. 주말마다 반복되고 있는 일이지만 무척 오래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쇼핑백 속의 마지막 물풍선이 언제 관심받았냐는 듯 외로이 어둠을 버티고 있을 시간이 온 것처럼.. 모든 사람은.. 모든 시간과 사물은.. 순리대로 놓이고 놓인 시간을 보내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