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국밥

by 김저녁꽃

진경산수국밥


엘에이 한인타운 무봉리순대국에서

돼지국밥 순댓국 하나씩 시켜놓고

소주를 마시기 시작하는데 스치듯

그야말로 슬쩍 지나가듯 하는 말이

교정시력이 1.0만 된다면 거짓말 안 보태고

100만불이라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꺼낸 이야기여서

국밥 속 돼지부속도 놀라 털을 곤두세우고

옆자리에서 정치얘기를 하던 노인들도 대화를 멈췄단다

그의 계략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덕분에 소주 한 병이 자연스레 추가 되었더란다


그리고는 더는 말이 없었다

가게 안 손님들이 온통 우리 테이블로 귀를 쫑긋거리는데도

말 없이 남은 소주를 다 비운 후

그는 허공만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한다


소홀읍 무봉리는 거친 봉우리가 많아서 그랬다 하고

무봉스님은 사람이 밥 먹고 똥 누고 생각을 초월해

서로 어울리는 세상을 반야심경의 진리라 하였으니

금강 화엄의 진경산수가 국밥 한 그릇에 펼쳐지고 있었던가


평생을 굽실거리며 살아온 이는 신전을 꿈꾸고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아온 사람은 굴신을 하게 되는데

신전과 굴신의 세월이 한 그릇 국밥경전에 다 담겨 있나니


뚝배기 속 몇 점 남은 내장의 합장한 손이 비단처럼 곱다

남겨진 소주잔이 헤아릴 수 없는 천수관음의 손처럼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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