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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niyo Sep 02. 2021

가을이었다.

와~ 오늘 날씨 좋다~ 너무 감사하다.. 

가을이었다.. 시원한 바람,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진 가을이었다.


난 할머니를 많이 욕했어. 근데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 사람이 없었다면 내가 없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낳아준 것만으로 모든 게 다 고맙더라..


몇년 전 어느 가을 날, 아니 여름이었을지 모르는 그 날..

기준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들쭉날쭉 화를 참지 못하는 엄마와 같이 차를 타고 다가 문득 내게 했던, 아니 독백에 가까웠던 말이다.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핀 야생화를 보고 예쁘다 감탄을 금치 못하며 흘러가듯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런 풍경을 보게 해 준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그리고 난 그 말을 잊지 못한다..


욕심 많은 사람이 삶에 치여 많이 내려놓은 (아니 그 순간만 내려놓았을 수 있지만) 진심어린 독백이었다.


본인의 엄마를 나의 할머니로 부르는 게 익숙해진 한 여자의 모습과

나에게 한 없이 불같던 한 여자의 모습이 한 사람에게서 공존 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아직도 잊혀지지 않던 그 날의 가을이었다.


평범했던 그 날의 하늘은 청량했고, 처량했다.


삶에 많이 치였을 것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나는 그걸 세대차이란 말로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호들갑스러운 사람이 문득문득 내 삶에 잊혀지지 않는 말을 남긴다.

참 멋있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어느 명언보다 값진 말들을 남긴다. 

그러곤 다시 호들갑스러운 사람으로 되돌아간다. 삶은 희극이다. 


이런 나의 엄마를 보고 있자면 삶은 희극이 분명하다.

오늘도 호들갑스러운 그 사람과, 그 여자와, 나의 엄마와 같이 살아가는 것이 


문득 감사하고 아름다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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