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를 떼였습니다.

그런데 밥도 잘 넘어가고, 잠도 잘 오네요??

by 빛탐

어제, 오랫동안 원고료를 주지 않는 회사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올해 1월에 전화했을 때는 2~3월 중에 어느 정도 정산이 될 거 같다고 했었는데, 어제 전화해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시지만 들리더군요. 회사 대표의 핸드폰으로 연락해봤지만,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원고료 청구의 대상이 회사라는 ‘법인’이다보니, 회사가 문을 닫으면 제게 돈을 줘야 하는 ‘법인’도 사라집니다. 예, 제 미납 원고료는 그렇게 공중으로 날아갔습니다.





못 받은 작년 원고료는 185만 원.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취재하고 작성해서 넘긴 여러 기관지 원고 9개의 값입니다. 법원의 지급명령에 따른 연체 이자까지 생각하면 190~200만 원 정도를 받지 못한 셈이네요. 제 마이너스 통장 상황과 지인에게 빌린 금액, 그리고 수익이 거의 없는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큰돈입니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원고료 언제 주시냐고 전화도 하고 읍소도 해보고 다 했었는데, 겨울부터는 크게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지급명령 이후 강제 집행 신청을 두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막으셨던 게 생각나서요. 강제 집행 신청을 하나님께서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뒤에는, 그쪽 회사에 원망하는 말도 조심스러워서 하지 않았습니다. 일한 삯을 달라고도 못하다니, 이게 웬 바보 같은 짓인가 싶을 때도 있었지만, 혹시나 제멋대로 하다가 하나님 앞에 죄를 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제적 부담과 어려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제 상황에 대해 하나님 앞에서 많이도 징징거렸습니다. 하나님 눈치도 보고 떼도 쓰고.


이 문제로 참 오래 기도를 했네요. 날짜를 세어보니, 원고료 미납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벌써 열 달이 지났습니다. 원고료를 못 받은 여러 건의 원고 작업 시간과 취재 시간 등을 생각해보면 또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추가로 헛고생한 셈이 됩니다.


열 달, 또는 열한 달의 시간. 기도, 처음 해 본 내용증명, 역시 처음 해 본 지급 명령 신청. 그 끝에 결국 저는 돈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이 결과가 기쁘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걸 최종 확인한 후에는 하려던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일하고 받아야 할 돈을 떼이니 계속 글 쓰는 일을 해도 될지, 다시 취직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막상 원치 않던 결과를 손에 쥐었는데도 또 그렇게 엄청 속이 상하지는 않더군요.


손실이 확정 됐을 때는 좀 우울했지만, 곧 생각도 잘 안 났습니다. 물론 가끔 기억이 나면 마이너스 통장 잔고 생각에 또 속이 조금 아리고, 기도했음에도 이런 결과를 허락하신 하나님이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또 금방 밥이 맛있고, 가족들과의 시간이 기쁘고, 배움이 즐겁고, 잠도 잘 오고, 날씨도 좋고, 산책도 즐겁고, 성경 말씀은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돈, 큰돈을 떼였는데, 그리고 이를 메울 방법도 딱히 없는데, 마음도 그럭저럭 괜찮고 일상도 잘 이어집니다. 신기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제 상태가 신기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바탕에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삶을 계속 주관하고 계시니, 그걸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별 충격이 없고, 감정적 여파도 오래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싶고,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그 대표 핸드폰에 원망하는 문자를 잔뜩 보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받아야 할 돈,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 약속받았던 대가. 마치 ‘내 돈’을 떼인 것 같지만, 사실 다 하나님 것이죠. 주시지 않은 데에는 뭐,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괜히 혼자 속에 화를 쌓아 근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Do not let your hearts be troubled. Trust in God; trust also in me.)
(요한복음 14:1)




이 일이, 오래 기도한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도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죠.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나보다, 문제보다 언제나 크십니다. 그 순간에는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내 기도를 들으시고, 삶을 주관하시며, 살아 섭리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결과를 허락하셨으니, 그걸로 괜찮습니다. 당신께서 하실 일을 기대합니다. 당신은 믿을만한 분 이시니까요.


1년 가까이, 웅얼웅얼 속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제 기도를 들으시고 위로하신 하나님. 이미 기쁨을 주신 아버지. 내 삶을 이끄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 당신을 신뢰합니다.





참 고마운 친구, 나의 예수님.


나는 깨기기 쉬운 질그릇과 같으나

때론 낙심해도 포기치 않음은


예수의 생명이 내 안에 있기에.



내 삶의 동행자, 나의 예수님.


나는 기대가 없는 어린 나귀 같으나

때로 쓰러지나 다시 일어남도


예수의 생명이 내 안에 있기에.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나의 실패는 나의 간증이요

나의 아픔은 나의 영광이니


그 부르심 따라 내가 걸어갑니다.



내 삶의 동행자, 나의 예수님.


나는 기대가 없는 어린 나귀 같으나

늘 쓰러지나 다시 일어남도

예수의 생명이 내 안에 있기에.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나의 실패는 나의 간증이요

나의 아픔은 나의 영광이니

그 부르심 따라, 내가 걸어갑니다.


나 가난함은 나의 상급이요

나 미련함도 나의 자랑이요

나 쓰러짐은 나의 고백이니

그 부르심 따라, 내가 걸어갑니다.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문득 생각났던 찬송.


아, 하나님 진짜 좋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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