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쏘아 올린 럭셔리의 변화

by Off the record





‘우크라이나여 오래 번영하길, 아름다움, 힘, 진실, 자유를 위하여

(Long live Ukraine, for beauty, strength, truth, freedom)’,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열린

발렌시아가 패션쇼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뎀나 바잘리아가 우크라이나어로 읊은 알렉산드르 올레스(Oleksandr Oles)의 시에 한 구절이다.



발렌시아가는 프랑스 브랜드이지만,

이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러시아로 인해 난민이 되었던 조지아라는 국가 출신이다.

10대 시절에 우크라이나에서 학교도 다녔으니 이번 사태가 몇십 년 전 악몽이 되돌린 것처럼 치가 떨렸을 것이다.


그가 읊은

1917년에 지어진 시의 작가인 알렉산드르 올레스는 우크라이나의 유명 시인이자 우크라이나 독립운동에 뛰어든 아들을 나치에 의해 잃은 아버지였다. 그와 그 모두 이 시를 빌어 독립이라는 자유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며

뎀나 바잘리아 겪은 전쟁과 난민은

특권 산책(Privilege Walk)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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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산책은 미국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거나 침해받았는지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특권 산책은

페기 매킨토시(Peggy McIntosh)의 백인 특권(White Privilege)을 본떠 만들어진 30가지 질문으로 되어 있다.

그녀는 미합중국 내의 권력, 성별, 인종, 계급 등에 대한 여러 논의에 ‘특권’을 적용한 인물이다.


이 30가지 질문은

‘What Is Privilege?(https://www.youtube.com/watch?v=hD5f8GuNuGQ)’를 보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참여자 여럿이 모두 손을 잡고 일렬로 선 시작점에서 질문에 따라 앞으로 한 발짝 앞으로 가거나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D5f8GuNuGQ





질문의 내용은 이렇다.



“범죄, 마약, 강간 또는 기타 폭력 위협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있다면

한 발짝 앞으로 가세요”,


“계속해서 끼니를 거르거나 돈이 없어 밥을 못 먹었었다면

한 걸음 뒤로 가세요”.



동영상에서 30가지 질문이 끝나고

맨 뒤에 선, 즉 특권을 가장 누리지 못한 이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의 자녀였다.


맨 뒤에서 섰던 동영상 속 인물처럼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특권을 잃은 채 전쟁이라는 트라우마를 겪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사태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뎀나 바잘리아 보다,

한 해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패션쇼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나라를 위해 기꺼이 평화를 위한 것이나 정치적 메시지를 허한 발렌시아가의 모회사인 케링(Karing) 그룹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특권을 자각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과 함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배려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파랑과 노랑을 컬렉션에 선보이고 있다.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러시아의 매장을 철수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매출보다

착한 이의 편의 서는 것이다.








이런한 행위는 과거의 럭셔리가 보여줬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전쟁이 나면 위험 때문에 가게를 철수하고 전쟁 속에서 어떻게든 브랜드를 유지하려 했다.



구찌는 전쟁으로 물자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나무를 가방의 손잡이로 고안해서 쓰거나 신발의 굽을 코르크로 대체하는 발명에 가까운 제품을 구상해냈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보아도 구찌의 노력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지금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우산과도 같은 거대 기업하게 있기에 과거와는 다른 행보도 가능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대두되고 있는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결로 가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이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1960년대 미국-베트남 전쟁 때 저항의 아이콘이 된 히피룩처럼, 노랑과 파랑의 매치는 뉴-히피룩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히피의 여러 어원 중에는 ‘히프트 hipped-단단히 화가 난’ 도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

역사는 반복된다.

특정 스타일이 유행할 때마다 그 당시 시대상은 꼭 언급된다.



제2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러시아의 과오가 두고두고 회자 될 전쟁을 반대하는 노랑과 파랑이라는 패션룩으로 역사를 반추하며, 패션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는 계속해서 경종을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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