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by 깨알쟁이

바쁘게 흐르는 바깥세상처럼

내 마음도 분주하다

사실은 마음만 분주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어떻게 하면 보낼 수 있을지

무거운 몸을 책상에 앉힌다


인터넷 창을 열면 청소할 게 생각나고

청소하다 보면 빨래 거리가 아른거려

결국 2시간째 집안일로 시간이 샌다


이런 나를 보니 다시 갑갑해졌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오늘 이러려고 일찍 일어난 게 아닌데


좌절하는 마음 자책하는 마음

혼자 있는 집에서도 티 내고 싶지 않아

베란다에 있던 양파를 꺼내온다


양파를 까다보면 눈물이 터질 테고

그 눈물은 내 의지가 아닌 것 같을 테니

양파에게 잠시나마 탓을 돌릴 수 있으니


주르륵 훌쩍훌쩍 한바탕 쏟아내며

반쯤 감긴 눈으로 양파를 다 까고 나니

속이 한결 차분해졌다


양파야 미안해

양파야 고마워

너 때문에 울었어

너 덕분에 살았어


시끄러운 속을 달래고

다시 모니터 앞에 엉덩이를 붙인다

오늘도 양파 때문에 살았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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