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님은 돈세탁을 참 잘하신다.
돈세탁(money laundering)
기업의 비자금이나 탈세 등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수입을 불법적으로 조작해 자금출처를 은폐함으로써 추적을 어렵게 하는 행위
나는 지금 이런 돈세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어머님께서 하시는 돈세탁은 바로
이런 것!! 빨래를 개다 발견했다.
손님에게 받았거나 거슬러 주고 남은 것을 펼 새도 없이 주머니에 넣고서 그후로 까먹은 꾸깃꾸깃한 돈.
분명 어느 주머니에 넣었었는지 기억도 못하실거다.
그러니 세탁기에서 세탁되고 건조기에 말려서까지 나왔지
울 어머님은 돈도 빨래를 (자주) 하신다.
떡방앗간 어머니께서는 뭐든지 늘 바쁘고 급하게, 빨리빨리 하시는데 빨래도 예외가 없다.
양말도 돌돌 말린 채로 들어가고 팬티도 그렇다.
일복이 너무 더러우면 애벌빨래를 해서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데 어머니한테는 그럴 여유가 없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분류도 하지 않으신 채 세탁기에 그냥 욱여넣고 막 돌리신다. 남편과 내가 한다고 해도 본인 고집대로만 하시려는 어머님.
그래서 고장도 잘난다.
얼마 전 세탁기와 건조기에서 오류가 떠서 부품도 교체했다.
결론은 일반 먼지 말고 (일복에서 떨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이나 이물질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더라.
세탁기, 건조기 아직 새거나 다름없는데.. 기계도 잘 다루면 오래 쓸 수 있기에 나는 오래 쓰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다면 살핀 후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데 어머니는 무조건 바로 세탁기에 넣으신다.
좋게 말씀을 드려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습관이란 게 진짜 무서운 거다.
휴지가 들어있었던 날에는 옷 전체에 휴지조각이… 건조기가 없었던 때에는 진짜 스팀 팍팍(그나마 건조기가 먼지를 거름망에 모아주니 다행)
하지만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먼지가 아니라 돈이었다. ㅋㅋ
어머니께서 일복을 돌리셨는데 주머니에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13,000원
세탁기든 건조기든 빨래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갖는 게 우리집 규칙 ㅋㅋ
: 사실 이 규칙은 주머니를 살피지 않고 빨래를 그냥 막 돌리시는 어머니의 습관을 고치려고 만든 것이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나아지기도 했다. 피땀 흘려 번 돈 아무리 식구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진짜 아까운 법이니…
아주 큰돈이나 제법 큰돈이면 당연히 어머님께 드리는데 오늘은 내 주머니로 들어왔다.
규칙은 규칙이니까 ㅎㅎ
액수를 떠나 코 앞에서 돈을 가로채는 사람과 그 돈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에서 원래 주인인 어머님은 얼마나 아까우실까
다음 주 점심 한 끼 번 셈이라 나는 신났다. 요즘 물가에 점심먹고 내는 돈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더라.
꽁돈이 생겨서 기분은 좋다만 더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돈을 세탁하면 손상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
돈으로써 기능을 못할 수도 있어요. 물론 교환할 수는 있지만 돈을 손상시키는 일을 (일부러) 해서는 안 되죠!
우리나라의 경우 불에 타거나 물에 젖은 지폐가 4분의 3 이상 남아있을 경우에는 새 돈으로 교환을 해주는 규정이 있는데요. 만약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금액의 절반만 교환이 가능하며 5분의 2 미만은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요 어머니~
앞으로는 아무리 급하셔도 돈세탁은 하지 말아 주세용! ㅎㅎ 부탁드려용 어머니~
#돈세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