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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유행은 어디에서 시작할까요?
여러분들은 패션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패션 하면 옷이나 스타일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정확하게 패션은 유행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유행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영화를 통해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뮤지컬 영화 Funny Face의 첫 장면에서는 이런 패션의 유행 과정을 보여줍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잡지 퀄리티.
다음호에서 미국 여성들을 매료시킬 유행을 찾는데 애를 쓰는데요.
그러던 중 그녀는 핑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곤 디자이너들에게 핑크색상의 옷을 만들 것을 요청하죠.
현재는 소셜 미디어로 인해 유행이 전파되는 방식이나 유행을 전파시키는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디자이너와 패션잡지의 영향이 굉장히 컸습니다.
최신 유행을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디자이너와 패션잡지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이전에는 최신 유행 옷을 입을 수 있는 상류층 여성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유행은 어떤 특정한 주기를 갖고 있는데요.
한 아이템이 등장하고,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유행이라는 정점을 찍게 되고, 다시 서서히 사라지죠. 이렇게 유행은 곡선의 형태를 가지며 올라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금방 사라지는 유행이 아닌 영원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바로 샤넬인데요.
이 영화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샤넬보다 한 여성으로서의 샤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녀원에 버려진 어린 시절의 샤넬부터 가수 샤넬, 모자디자이너로서의 샤넬 그리고 그녀가 패션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전까지 만났던 남자들의 이야기죠.
영화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샤넬보다 한 여성으로의 샤넬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샤넬은 여성으로부터 코르셋을 해방시킨 디자이너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1926년, 샤넬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little 블랙 드레스로 블랙 색상의 유행을 주도하죠.
특히 이 드레스는 당시 영국 북동부 지방에서 어부들이 착용한 남성용 소재인 저지를 활용 해 만든 기능적인 여성복입니다. 영화에서도 이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성성을 강조하던 시기 남성복의 소재를 활용해 만든 기능적인 여성복은 급진적인 발전이었습니다.
이렇게 샤넬은 전 세계 많은 여성들을 샤넬이라는 제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행도 잠시.
1957년 무렵 패션의 유행이 디자이너나 상류층 여성이 아닌 거리의 스타일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하위문화인데요.
이 중 펑크는 1976년 런던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무정부주의와 허무주의로 가득한 이들은 체인, 안전핀, 면도날 같은 장식과 외설적이거나 거부감이 드는 문구와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충격적인 모습을 연출하였습니다.
영화 크루엘라 속의 한 부티크.
아마도 이 부티크는 펑크스타일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말콤 맥라렌과 함께 운영했던 세디셔너리스가 위치한 런던 킹스로드인 듯합니다.
당시 맥러렌은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를 결성해 매니저로 활동을 하고, 웨스트우드는 디자인을 담당하며 전 세계 펑크룩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주인공 에스텔라는 이런 펑크 문화를 잘 보여주는데요.
에스텔라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패션센스로 평범하지 않은 모습입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엄마와 함께 런던에 가지만, 그녀의 엄마는 죽게 되고 런던에서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위해 리버티 백화점에 취직을 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런던 패션계 거장 폰 헬만 남작 부인의 패션하우스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에스텔라는 남작 부인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후 엄마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남작 부인에게 복수를 하며 두 인물은 상반된 모습으로 대치합니다.
저항적인 모습의 에스텔라와 반대되는 남작부인은 기존 체제와 상류층의 고급문화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옷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데요.
에스텔라는 대표적인 해체주의 패션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맥퀸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리고 존 갈리아노의 옷을, 남작부인은 디올과 발렌시아가를 입고 등장합니다.
소비자 사회가 출현한 1960년대는 노동집약적인 주문 의상의 가격이 상승하고 부유층 고객의 수가 감소하면서 점차 쿠튀르 사업이 쇠퇴하게 됩니다.
1960년대 중반 무렵부터 패션계는 파리 쿠튀리에에서 런던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주도하게 되죠.
이러한 배경을 반영하듯 영화는 에스텔라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이렇게 거리에서 출발한 패션이 주류가 되면서 패션은 점차 다양화되고, 캐주얼화됩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에는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며 유행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되죠.
그러면서 패션산업은 환경오염, 노동착취 등 더 많은 문제를 낳게 됩니다.
영화 Zoolander는 이런 패션산업의 문제를 드러내며 시작합니다.
영화는 다소 엉뚱하지만, 화려함 속에 숨겨진 패션의 이면을 드러냅니다.
패션은 생산, 소비 측면에서 많은 오염을 발생시키는데요, 거기에 빠른 유행으로 인해 저렴한 인건비의 국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죠.
이러한 패션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욕망이 전제합니다.
그리고 이런 욕망은 레플리카 복제품이라는 또 다른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죠.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MZ 세대에게 큰 호응을 받은 구찌는 1990년대 초에는 고리타분한 디자인, 싸구려로 전락한 이미지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구찌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는 구찌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톰 포드로 인한 재도약 등 구찌의 히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이 전 구찌는 레플리카로 인해 고충을 겪는데요.
사실 이 당시는 세계적인 경제 붐과 함께 과시적 패션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었고, 구찌뿐 아니라 많은 브랜드들이 “레플리카 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가 오래된 루이비통과 디올 같은 브랜드들은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고, 헤리티지를 이용해 타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패션산업은 백인, 마른 몸 등 고착화된 미를 추구할 뿐 아니라, 패션디자이너도 특정 출신의 백인 디자이너만 뽑는 등 차별이 존재해 왔습니다.
최근에서야 다양성을 존중하며 흑인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도 하고, 큰 상을 수여하지만, 패션계에서 차별은 마치 관행처럼 오랫동안 유지되었습니다.
패션계가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2019년에는 남아프리카 출신 테베 마구구가 루이뷔통 상을 수여하는데요,
그는 여전히 아프리카 사회에 만연한 여성 살인과 폭행 그리고 여성 인권문제에 주목합니다.
영화 데저트 플라워는 실제 인물인 패션모델 와리스 디리가 아프리카 여성으로서 겪은 할례 관습, 성폭행 같은 문제를 밝히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마냥 무겁게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은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는 패션의 관점으로 재미있는 문화예술 이야기와 전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내용은 영화의 장면과 함께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_5uajbbCGZo?si=ePjgdZxBRZDU98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