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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Nov 19. 2023

예술가들은 무엇을 입을까? (1)

옷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페르소나 마케팅

'화가'라는 직업을 연상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빵모자, 정돈되지 않은 듯한 헤어,  고뇌하는 표정 등 램브란트 자화상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화가의 '겉모습(appearance)'일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의 화가(예술가)는 무엇을 입을까? 빵모자처럼 그들만의 공통된 스타일이 있을까?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단어

'힙스터(hipster)'


힙스터는 1940년대 비밥 재즈문화의 영향을 받은 하위문화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단어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붐(?)이 일어나게 된 것은 뉴욕 브루클린에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을 지칭하면서이다. 이들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을 쓰고, 벼룩시장에서 산 듯한 옷차림을 하는 등 백인 주류사회와는 구별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모습을 두고 우리는 요즘 예술가의 옷차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모습에서 예술가가 입는 옷을 발견한 다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힙스터의 옷차림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옷, 그리고 그것을 착용하는 나 자신(신체)이 '미술적 재료'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예술가들이 입는 옷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되기도 하였다.


즉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예술가가 입은 옷이 하나의 매체가 되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닌 영향력이다.   

   



# 예술가의 옷


이의 대표적인 예술가는 '요셉 보이스(Joseph Beuys)'가 있다. 요셉 보이스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미술적 재료의 사용을 부정하고, 계몽적 태도를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퍼포먼스나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이의 일환으로서 그는 자기 스스로를 작품화하여 인생 마지막 25년을 펠트모자, 어부재킷, 흰색 셔츠 그리고 청바지를 매일 똑같이 입고 지냈는데 이러한 그의 행위는 삶이 곧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에 둔 것이었다.



'폴카-도트(polka-dot)'작가로 잘 알려진 일본 여성미술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도 1960년대부터 옷을 그녀의 작품으로 활용하였다. 그녀는 1962년 부드러운 조각(soft sculpture)으로서 옷을 재료로 사용하였고, 1960년대 말에는 성(sex)에 대한 커다란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옷을 제작해 직접 착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옷을 제작하였던 회사를 찾아가 그녀의 이름을 딴 레이블(label)을 함께 만들고, 백화점에서 판매를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녀의 옷 입는 행위는 자신의 작업에 질문을 던지고, 자극을 하고, 또 경계를 넓히며 세계와 통합하는 방법이었다.  


(left) 쿠사마 야요이 1962년 작품 (right) 쿠사마 야요이 1968년 뉴욕 루프트탑에서 Kusama 패션쇼


이와 같이 현대미술에서 예술가가 착용하는 옷에는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옷이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비언어적 언어임을 보여주는 구체적 예시이다.




# 옷의 영향력 '페르소나 마케팅'


위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 형태이지만, 요즘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역시 패션으로 주목을 받아온 예술가이다. 그는 남다른 패션센스로 그림 작품만큼이나 주목을 받아 왔는데, 동그란 안경,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상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고, 패셔너블한 그의 모습이 담긴 자화상은 그 자체로 패션화보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앤디 워홀(Andy Warhol)과 제프 쿤스(Jeff Koons)를 연상시키기도 하였다.



패셔너블한 예술가의 모습은 그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그들의 높은 그림 값에도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다시 말해, 예술가가 입는 옷은 그들이 의도를 하였던 혹 의도를 하지 않았던 '페르소나 마케팅'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여기서 페르소나 마케팅은 타인에게 비치는 '가면의 인격'을 의미하는 페르소나에 마케팅의 원리를 접목한 용어이다. 쉽게 말해 페르소나 마케팅은 자기 스스로를 브랜드화(branding)하여 적극적으로 자기를 홍보하는 것인데, 패셔너블한 예술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주목을 끌고 자신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페르소나 마케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예술가들은 어두운 작업실에 숨어있지 않는다.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가명으로 얼굴을 노출하지 않는 예술계의 테러리스트 뱅크시(Banksy) 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자신의 영향력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매스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주목은 그의 작품이 조명되는 효과를 가져오며 값이 올라가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페르소나 마케팅으로서의 효과를 지닌 바, 예술가들이 입는 옷은 커다란 의미이자 영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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