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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Jul 03. 2019

"일단 저지르고, 배워가면서 해도 잘못된 건 아니에요"

패스트파이브 멤버 '브랜드호텔' 김윤아, 김희진 대표 인터뷰

동아리 활동을 해본 경험 있으신가요? 친구들과 힘을 모아 하나의 공연을 완성한 기억, 공모전에 결과물을 출품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성취감과 즐거움으로 마음 속에 남습니다. '졸업하지 않고 이 친구들과 계속 같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분도 계시겠죠. 






이번 패스트파이브 Member Interview에서 만나본 '브랜드호텔'의 김윤아, 김희진 대표님은 대학 내 디자인 동아리에서 디자인 회사로, 자연스럽게 창업을 결심하게 된 분들입니다. '사람과 디자인이 좋아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사업을 시작했다는 두 대표님은 이제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가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처음으로 만나본 공동 대표님들의 인터뷰를 함께 읽어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운영 중이신 기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윤아: 다양한 브랜드에게 디자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호텔'의 공동대표입니다. 2012년부터 다수의 프로젝트를 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허니버터칩, 목우촌의 주부9단, 매일유업 등의 패키지 디자인과 국립민속박물관, 보령제약, 농협한삼인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를  작업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신세계 푸드나 이마트의 패키지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솔루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는데요, 처음에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경험이 쌓이고 업무가 다각화되다 보니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전체 과정을 살피게 되더라고요. 브랜드 네이밍,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아이덴티티까지 고민하게 되었죠.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드린다는 의미에서 솔루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김희진: 예를 들어 매일유업의 ‘바나나는원래하얗다’라는 제품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작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디자인 리서치를 하는 과정에서 국내 바나나우유 시장에 캐릭터를 활용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캐릭터를 사용한 패키지 디자인을 제안드렸어요. 그러면서 차후에 캐릭터를 홍보 마케팅에도 활용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드렸죠. 이러한 일련의 작업 과정이 ‘디자인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매일유업의 경우처럼 저희가 드리는 적극적인 제안을 받아주시는 경우도 있고 제안에서만 끝나는 경우도 있죠. 

브랜드호텔이 작업한 여러 결과물. 


김윤아: 디자인회사는 결과물이 곧 영업입니다. 저희가 맡은 브랜드가 잘되어야 저희도 잘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리소스를 더 투자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죠. 


김희진: 또 결과물이 잘 나오면 일이 계속 들어오고요(웃음).



Q. 사업 운영을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김윤아: 브랜드호텔은 원래 숙명여대 시각디자인과의 디자인 동아리로 시작했습니다. 기업과 산학활동을 진행하고 매출이 생기면서 디자인 동아리에서 디자인 회사로 전환하게 된 케이스에요. 처음부터 창업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친구들과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감사하게도 계속 일이 들어온 덕분에 지금까지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김희진: 현재 브랜드호텔에는 저희 둘을 제외하고 디자이너 3명이 함께 하고 있어요. 다들 오랫동안 함께 해온 멤버들이죠. 멤버들의 성향이 잘 맞기도 했지만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있는 조합이라 지금까지 브랜드호텔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멤버는 이미지를 잘 만들고, 어떤 멤버는 형태를 잘 만드는 등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함께 해와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도 높구요. 이 점은 저희 회사의 강점이기도 해요. 


김윤아: 지금 함께 하는 팀은 디자인적 측면에서는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어요. 다만 더 전문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는 팀원이 합류하면 좋겠네요.  



Q. 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김윤아: 특별히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6살부터 대표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을 꾸려나가는 과정이 힘들었죠. 두 대표가 모두 경영이나 회계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디자인과 출신이라서, CEO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세금을 언제 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 공부하고 다시 시작하는 식이었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지금도 부딪혀가며 계속 배워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요즘에는 창업하기 전에 스터디도 많이 하고 세미나도 많이 들으시잖아요. 반면 저희는 지금 창업하는 분들과 조금 달랐어요. 


김희진: '디자인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디자인을 잘하는 것과 사업을 잘 하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특히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직원 입장에서의 생각과 고민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등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아직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멤버들과 수평적인 구조로 일하면서 함께 대화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사업을 그만두고 취업을 하고 싶으셨던 적은 없으신가요?


김윤아: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타이밍이 있듯이,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취업을 하는 데도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이미 그 타이밍을 놓쳤다고 할까요?(웃음) 또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는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서 타의로 취업을 할 기회도 없었죠. 


김희진: 회사 안에서 디자이너이자 대표, 디렉터 등의 다양한 역할을 병행해야 하니 가끔씩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디자인만 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죠. 하지만 디자인만 해서는 한계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차피 해야 할 거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내려놓고 계속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다행하게도 공동대표라서, 한 명이 힘들어하면  다른 한 명이 잡아주고… 하는 식으로 서로를 다잡으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김윤아: 농협 한삼인의 아이덴티티부터 전체 패키지 디자인까지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8-9개월 동안 진행한 호흡이 긴 작업인 데다 약간 보수적인 편인 클라이언트여서 의사 결정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쉽지 않았던 만큼 결과물에 대한 시장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때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농협 한삼인 외에도 저희가 디자인한 상품이 빠르게 완판되었다, 반응이 좋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죠. 



Q. 대표님이 운영 중이신 기업의 단기,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윤아: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브랜드호텔은 고객의 일을 대신 해주는 회사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다른 서비스나 콘텐츠를 개발해서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있고요. 현재는 어떤 상품이 있어서 그 상품이 돈을 벌어오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을 하는 만큼 돈을 버는 구조거든요. 결론은 늘 직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럼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역량을 투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회사도 발전하겠죠. 

워라밸은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복지나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워라밸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브랜드호텔은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한 지 꽤 되었고, 3년 근속을 하면 추가로 휴가를 주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장소로 워크샵을 가거나 전시도 보고, 소규모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길게 보면 투자라고 생각해요. 


김희진: 브랜드호텔에 속한 사람이라면 하루하루 발전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에요. 저 또한 브랜드호텔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발전하는 것이 급여일 수도, 업무 능력일 수도, 복지일 수도 있겠죠. 개인이 추구하는 요소는 각자 다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이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 발전했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제 목표에요. 



Q.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김윤아: 최근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하루하루는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고 싶다”는 말이었죠.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꼭 무언가 되어야 하고, 목표나 이상을 향해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루하루 성실히 살면 결국 무언가 되어 있겠죠? 


김희진: 앞에서 말했듯이 스스로 하루하루 발전하는 삶을 사는 게 제 목표에요. 다른 사람과 비교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고, 오늘의 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거요. 



Q. 이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김윤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일을 맡을 때도 많은데요, 충분한 자금이나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브랜딩과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런 회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브랜드의 유지/보수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브랜드 솔루션을 요청하신 기업들은 브랜드호텔 말고도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디자인이 아닌 마케팅 측면에서 다른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런 많은 의견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누군가 큰 그림을 그려주어야 합니다. 사업이 커지고, 변수가 생기고, 경쟁자가 등장할 때마다 리뉴얼도 해야 하고 새로운 솔루션도 필요하죠. 이런 일련의 활동, 브랜드의 유지/보수를 통해 브랜드가 더 탄탄해집니다. 

이런 상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고 싶어요. 몇 년 뒤에 사라지는 브랜드도 있는데, 자식 같은 존재가 사라지니 마음이 아프죠.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기도 해요. 


김희진:  저희는 취업을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사람이 좋아서, 디자인이 좋아서 창업을 했습니다.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불행하게 살아가는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저희의 모습을 보고 '쟤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다양한 시도들이 많아져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의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그게 브랜드호텔을 통해 제가 추구하는 가치에요.



Q. 사무실로 이곳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김윤아: 디자인 회사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이야기하면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공유오피스를 선택했죠. 또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디자인적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해서 올해 2월에 패스트파이브 시청점으로 오게 됐습니다. 오고 나니 직원들의 반응이 너무 좋네요.


김희진 :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게 된 건 결정적으로 시청점 커뮤니티 매니저님의 역할이 컸어요. 다른 공유오피스도 경험해봤고 시설, 비용 등 다방면으로 많이 알아봤는데, 다른 공유오피스에 비해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결정하기까지 서포트도 잘 해주셔서 패스트파이브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업계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김윤아: 요즘은 창업을 해서 잘 되는 사례가 많이 이슈화되니 가볍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나도 해볼까? 라는 생각이죠. 또 사장이 되면 직원보다는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으실 테고요. 하지만 사장이 더 힘들거든요(웃음). 그런 책임감을 간과하고 시작하면 큰 타격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저희보다 더 많이 알아보시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막연히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호기로는 녹록치 않은 일이에요. 


김희진: 회사에 속해 있든, 창업을 생각하든 무언가 하고 싶다면 무모하더라도 일단 저질러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신 시작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새서 일하고 공부해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 놓였던 게 감사할 때가 있습니다. 많이 알아보고 시작했더라면 시작도 못했고 지금의 저희도 없었을테니까요.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렇게 헤쳐나갔던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저희를 만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지르고 하나씩 배워가면서 해도 잘못된 건 아니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잃는 거지만 그걸 통해서 배워나가는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브랜드호텔의 두 대표님은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도, 브랜드호텔에게 디자인과 브랜딩을 맡긴 클라이언트에게도 온 마음을 다하고 계셨습니다. 일을 맡긴 기업이 오랫동안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직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이런 마음과 노력이 브랜드호텔을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요? 

그럼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브랜드호텔과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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