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훈수에도 둔해지려고 노력해요"
패스트파이브 멤버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인터뷰
보통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IT 기업, 혹은 디자인 업체 등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Humans of FASTFIVE의 여성 대표 시리즈에서 소개할 두 번째 인터뷰이 왕종미 대표님은 가방을 만드는 제조업체, 플리츠마마를 운영하고 계시죠.
스타트업계에서 흔치 않은 업종인 데다가 패션회사인 만큼 대표님도 톡톡 튀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런 짐작이 모두 기분 좋게 틀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결같이 차분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제품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남다른 용기보다는 꾸준함과 낙천성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왕종미 대표님의 인터뷰를 함께 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플리츠마마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플리츠마마는 ‘룩 시크 비 에코Look Chic, Be Eco’를 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이라는 원사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리사이클을 활용한 브랜드지만 진부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의미, 디자인, 품질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Q. 플리츠마마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예전에 니트를 만드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지내다가 이 사업을 시작했죠. 디자이너로 일하던 곳은 대기업에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하는 하청 회사였는데, 그렇다보니 실을 다 발주해놨는데 갑자기 주문이 취소되는 일도 많았죠. 천 장을 주문했다가 오백 장으로 줄이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면 저희 회사에서 그 재고를 떠안았거든요. 가격으로만 따지면 억대에 달하는 재료가 낭비된 거죠.
당시 회사 동료들과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실로 뭘 만들 수 있고, 또 뭘 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초창기에 사업을 구상할 때는 남는 실들을 활용한, 울 소재의 가방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남는 재료를 활용해 제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특정 재료를 사용한 제품은 100개 밖에 만들 수 없다든지 하는 문제죠.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날이 따뜻해지고 울 시즌이 지나버렸어요. 그때부터 소재를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 소재를 찾다가 ‘리젠’이라는 소재를 알게 되었죠.
플리츠마마의 가방 하나에는 폐 페트병 16개 분량이 사용됩니다. Q. 회사를 그만둔 뒤 창업을 하기까지 기간이 꽤 길었다고 들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실생활에서 필요성을 느낀 게 시작이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은근히 집 밖에 나갈 일이 많더라고요. 학원이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마다 매일 보는 아이 엄마들을 계속 만나게 되고 왠지 매일 같은 옷과 가방을 들기가 신경쓰였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까다로운 문제잖아요.
가까운 곳에 나가서 간단히 커피 한 잔 하는 것뿐인데 엄청나게 거창한 가방을 들기도 꺼려지고, 그렇다고 주머니에서 핸드폰과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기도 싫고요. 많은 엄마들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연히 ‘이럴 때 들 가방이 없을까?’ 라는 고민이 생겼어요.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Q. 절실한 필요에 의한 개발이었던 셈이네요.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일단 소재를 정한 뒤에는 디자인 등을 빠르게 결정해서 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 이 부분을 안으로 접어 넣을지 밖으로 뺄지부터 시작해서 디테일 하나하나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으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 제품 디자인으로 욕 먹기는 싫었어요. 플리츠마마의 가방 디자인은 이 주름이 핵심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펴지지 않게 디자인할 것인지 등, 디자인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년 5월부터 개발에 들어가서 꼬박 6개월이 걸렸으니 마음이 급했죠. 패션 쪽은 시즌에 예민하기도 하고요. 우여곡절 끝에 올해 1월에 개발이 끝났고, 4월부터 지인들을 위주로 베타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빈폴과 콜라보한 상품을 납품한 게 올해 6월 15일이네요. 직접 판매하는 쇼핑몰은 7월 2일에 오픈했고요. 온라인에서는 위즈위드, 29센치 등, 오프라인 매장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사실 운도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Q. 대표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일단 출근하자마자 밤 사이 들어온 온라인 오프라인 주문과 피드백을 확인해요. (편집자 주: 왕종미 대표님은 실제로 인터뷰 중 직접 고객 문의를 처리하기도 하셨습니다. 기계적인 대응이 아닌, 진심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에서 플리츠마마라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배송 요청까지가 오전 일과죠. 미팅들은 오후로 미루고, 보통 4시까지는 납품과 배송 업무를 해요. 나머지 일을 다 오후와 저녁에 처리해서 퇴근이 늦은 편이죠.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어머니가 전적으로 봐주고 계세요. 친정엄마가 없었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많은 여성분들이 공감할 부분인 것 같아요.
여성 창업 지원센터나 일자리 센터 같은 것들이 있는데, 저도 많이 알아봤었지만 생각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더라고요. 제가 찾지를 못해서 그런 걸까요? 자격 요건이나 절차도 굉장히 까다로워서 아는 사람만 알고 신청할 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대로 지원을 받으려면 정말 아무 일도 안 하고 매일매일 그 신청 페이지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자기 일이 있는데 그것만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게 되고 창업에도 도전하게 될 텐데, 제도가 따라줘야죠.
Q.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만족할 만한 첫 샘플이 나왔을 때요. 마치 자식이 태어난 느낌처럼 기쁘면서도 울컥하더라고요. 또 저희가 작은 규모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객분들이 직접 메시지를 보내주는 경우가 많아요. 치마나 바지 같은 의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색깔의 신제품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주시는 분도 계시죠. 다들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의견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아요. 고객 입장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면 뿌듯하고 재밌을 테고요.
Q. 플리츠마마는 런칭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인데요, 플리츠마마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올해는 시즌별 컬러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수출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 시장은 해외보다 유행이 빠르게 도는 편이라서 그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른 브랜드에서 콜라보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 지점이 플리츠마마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플리츠마마의 타겟 고객 연령대를 30-40대로 한정짓지 않으려고 합니다. 폭넓은 연령대에게 어필하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예요. 저희 사무실이 홍대에 위치해 있어서 식사를 하러 나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에코백을 드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보고 힘을 얻기도 하죠.
Q. 그럼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친한 사람, 오래된 사람에게 한결 같은 사람 되기가 목표예요. 꾸준한 사람이 되는 것. 아이에게도 늘 그 부분을 강조합니다. 그게 개인적인 목표예요. 거창하지는 않죠?
저는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꾸준함이 중요한 가치라고 느끼는데요, 사업을 구상하던 초창기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 저희 제품을 믿어주신 분들에게 끝까지 그 믿음을 지켜내는 브랜드가 되고 싶거든요. 일례로 지금 플리츠마마에 도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런데 꾸준하게 그 물량을 맞출 여력이 아직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천천히 가고 있거든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일이 년 할 사업이 아니라 쭉 오래 가고 싶으니까요.
Q.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도 창업을 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아이가 좀 크고 나니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엇을 해야할지 마땅치 않았죠. 회사에 다시 들어가기도 그렇고요. 그런데 결국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을 하는 게 맞더라고요.
대신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혼자였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같이 시작한 이사님을 비롯해서 주위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자신과 의견이 맞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용기를 얻고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시작하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 많아요. 좋은 분들도 많다는 걸 느끼고요.
앞서 말씀드렸듯 고객들이 메시지나 구매평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요, 거기에 감동받고 울고 웃을 때가 있어요. 최근에는 대학생 고객이 보내준 장문의 메시지에 정말 큰 힘을 얻고 감동을 받았죠. 플리츠마마의 카피 제품이 나왔는데, 그걸 보고 힘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거예요. 플리츠마마의 모양을 따라할 수는 있어도 이 브랜드의 가치는 따라할 수 없을 거라는 메시지였죠.
저는 남들보다 훨씬 용감하다거나 특별히 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라 극복이 빠른 편이죠. 카피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는 우리니까’, 하면서 하던 일을 계속 열심히 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주위의 훈수에도 둔해지려고 노력해요. 안 그러면 멘탈이 견뎌내지 못하거든요. 항상 긍정적으로, 파이팅하려는 성격이에요.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좋지만 제 자신이 흔들릴 만큼 수용하지는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잘될 거라는 격려보다는 걱정이나 염려를 많이 이야기해주거든요. 그걸 다 듣다보면 막상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서 첫 보금자리로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홍대점과 집이 가까워요. 그게 가장 큰 이유였고요, 처음에는 홍대, 마포 쪽에 일반 사무실을 구하려고 알아봤었어요. 그런데 비품, 복사기, 정수기부터 해서 관리비, 주차 문제까지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심지어 위층에서 물이 새면 그것까지 직접 처리해야 하고요. 그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공유오피스였어요.
또 이곳의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당시 커뮤니티 매니저였던 곽상은 님의 역할도 컸고요.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셔서 이곳을 선택하는 데 큰 공헌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정말 이웃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셨어요. 피드백이 빠르고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면 바로 처리해주시는 게 패스트파이브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고 싶네요. 플리츠마마라는 이름을 들으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플리츠마마의 튼튼한 가방이 신뢰감 있는 왕종미 대표님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표님은 인터뷰 말미에 ‘플리츠마마’라는 이름을 들으면 질 좋은 제품이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밝혀주셨는데요, 아마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한동안 ‘플리츠마마’라는 이름에서 왕종미 대표님의 신뢰감 있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패스트파이브 마케팅팀 드림
* 왕종미 대표님의 인터뷰를 읽고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하고 싶어졌다면?
* 패스트파이브에서 일하고 싶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