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Aug 26. 2021

스타트업 대표가 주식 투자하는 방법

수익률보다는 공부와 재미,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아웃풋을 추구

개인 시간이 많이 없다 보니 소소한 취미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투자를 해놓으면 해당 산업,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공부하게 된다는 순기능이 크다고 느낀다. 뿐만 아니라 프로와 아마추어가 보이지 않는 mr.market과 치열하게 싸우는 욕망의 바다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실질적인 '돈'이 움직이는 경험을 하는 게 개인적으로 어떤 게임보다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가치 투자 책들을 많이 읽고, 커뮤니티에서 글도 많이 읽지만 가치 투자의 관점이 아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제한된 시간과 정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공유해본다.



1. 5% 지분 공시 활용

어차피 시간을 많이 투입하지 못할 거라면, 바닥부터 종목을 발굴할 수 없으니 이미 똑똑한 사람들이 pick한 회사들 중에서 고르면 된다. 다양한 투자기관들이 특정 회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전자공시에 공시하도록 되어있는데(개인적으로 전자공시 사이트는 정부 관련 기관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중 서비스 수준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힌트가 된다. 물론 맹목적으로 어떤 기관이 투자했다고 따라가는 건 금물이지만, 일종의 문제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를 이 가격에 왜 투자했을까?', '어떤 기회를 본 걸까?'라는 나름의 해답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기관들이라고 모두 수익률이 좋은 건 아니기 때문에 수익률을 보증할 수는 없지만, 기관에서는 회사 탐방도 하고 여러 사람이 크로스로 검증했을 거기 때문에 황당한 이슈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물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몇몇 자산운용사 경영진 분들을 가끔씩 뵐 기회가 있는데, '대표님인데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이 정도까지 파악하다니' 놀라는 경우들이 많아서 더 신뢰하게 되었다.


2. 장기투자

어차피 내가 특정 회사의 특정 정보를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빨리 취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심지어는 미공개 정보라 이를 활용하는 건 불법이기도 하고), 단기적인 정보에 의한 판단은 대부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많은 형/동생들이 '카더라' 투자로 많이 벌기도 하지만(대개 번 것만 얘기하고 잃은 건 숨기는 게 인지상정), 정말 확실한 정보라고 생각해서 몰빵 했는데 폭싹 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여서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얻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회사의 비즈니스 진행상황은 계속해서 트랙킹 해야겠지만 웬만해서는 개별 정보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게 된다.


3. 대표의 역량

개인적으로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비상장에서는 사실상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있어서 '배민/김봉진, 토스/이승건, 컬리/김슬아'처럼 대표의 역량을 꽤 많이 고려하는데, 상장사에서 대표가 언급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느껴진다. 특히나 시장에 지각변동이 오고, 꾸준히 성장하는 업종일수록 대표/경영진의 리더십과 임직원의 로열티/사기, 의사결정의 질, 실행력 등이 장기적인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파악이 어렵지만, 대표가 창업자인지, 상속받은 2세/3세인지, 전문경영인 인지도 참고가 될 것이고, 직접한 인터뷰나 책을 통해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경영자구나' 정도는 파악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4. 현재 주가와 상관없이 미래를 예측

한 번은 사석에서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 누군가 '지금 A사 시총/주가가 얼마인지는 모르는데, 앞으로 계속 우상향 할 거다'라는 얘기를 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대개 많은 회사들의 실적이 성장하는 경우 이미 미래가치가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 회사는 5-10년 뒤에 지금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 정도는 커져있을 거다'라는 정도의 대담한 혹은 황당한 정도의 예측은 웬만해서는 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테슬라 정도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종목들을 펼쳐놓고, '지금 주가와 상관없이 앞으로 우상향 할 거라고 추천할 수 있는 회사인가?'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순위가 바뀌기도 했고,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느낀다.


5. 긍정적인 시그널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가치 투자 관련 내용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던 내용으로 회사의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사에서 자사주를 취득한다든지, 피터 린치의 책에 나온 대로 어떤 이유로든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 심지어는 회사 이름이 촌스럽거나 비즈니스 자체가 후지게 보이는 경우(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거래량이 매우 적거나 등. 이럴 경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보게 된다. 반대로 너무 핫한 회사들은 저평가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일단 제외하게 된다.


6. 회사의 도덕성, 윤리

도덕성, 윤리가 매우 뛰어나야 한다기보다는 과락에 좀 더 가깝다. 이슈가 있어 보이는 회사들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한 때 유행했던 2세에게 새로운 법인을 차려주고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며 상장사를 껍데기로 만드는 케이스는 아무리 공부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최근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분쟁을 보면서 상상하지 못한 황당한 일들도 생긴다고 느낀다. 도덕성, 윤리에 이슈가 있어 보이는 회사는 아무리 좋은 기회가 보여도 일단 배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주식 투자의 매력은 아마도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 숫자로 찍힌다는 점에서 온다고 느낀다. 투자금이 클수록 그 강도가 세지고 장/단점이 극대화되겠지만, 일희일비하지 않을 정도의 여윳돈으로 나름의 전략을 통해 주식투자를 해보는 건 투자수익을 떠나서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 중요한 스킬들을 다듬는 방법이자 좋은 취미라는 측면에서 추천한다.


작가의 이전글 크래프톤 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