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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벤처스가 추구하는 세 가지 원칙

패스트벤처스가 벤처캐피탈(VC)로 운영되면서 삼은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Founder-friendly, 2) Patient, 3) Not spray & pray가 바로 그것인데요. 세 가지 원칙은 패스트벤처스가 어떻게 벤처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려고 하고, 투자하려고 하며, 투자한 회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려고 하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설명을 해볼까 합니다.



Writer ㅣ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


1.Founder-friendly


벤처캐피탈들은 소수 지분을 투자합니다. 창업자가 생각한 방향에 따라 그에 동의하면 투자를 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투자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때론 창업자 내리는 의사결정이나 사업의 방향이 투자자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많지는 않지만 어떤 투자자들은 계약서 내의 협의권이나 동의권을 가지고 창업자를 압박하거나 지나치게 과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업자들은 해당 비즈니스만 깊게 파서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 한 회사만 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회사를 만나는 투자자의 시각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이유, 액면가보다 더 높은 주당 가격에 리스크를 지고 투자를 했다는 이유 – 등 사업 방향에 대해 투자자의 engagement가 높아질 때에는 주로 이런 이유와 명분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패스트벤처스는 어떤 의사결정이건 기본적으로 창업자의 편에 섭니다. 우리가 어떤 회사에 투자했다는 것은 그 회사의 현재 모습을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와 창업자/창업팀이 내리게 될 수많은 의사결정과 그 시행착오의 리스크까지를 함께 부담하고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투자자가 창업자의 의사결정이 틀렸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면, 그 투자자는 투자자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직접 투자자가 믿는 바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 더 맞는 의사결정일 것입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100% 맞는 결정은 애초에 없습니다. 언제나 51:49에서 창업자는 결정을 하게 되며, 우리는 그런 불확실성을 지고 결정하는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적이고 똑똑한 조언이나 지식전달이 아닌, 응원과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창업자의 모든 결정마다 투자자가 계속 불안하고 의구심을 품게 된다면, 애초부터 투자를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패스트벤처스는 멘토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멘토링/멘토는 단어 자체가 이미 약간의 상하관계를 내포하고 있고, 우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멘토링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탈은 투자에 전문가들이지, 특정 산업이나 비즈니스의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투자를 잘하는 것과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성을 갖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똑같은 말도 투자자가 먼저 건네면 간섭이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에만 대답한다면 그건 간섭이라고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그런 측면에서 기다릴 줄 알고, 간섭하지 않습니다. 



2. Patient


벤처캐피탈 펀드의 만기는 보통 7-8년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꽤 길게 보이지만 대부분 벤처캐피탈 펀드의 유효한 만기는 이보다 더 짧습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수 시장이 경직되어 있고, M&A가 아주 활발하지는 않아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요구되는 IPO를 통한 회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벤처캐피탈들이 초기기업에 투자한 후에 긴 시간을 기다려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창업자와의 수많은 대화 속에서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펀드의 만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도 exit은 해야되니깐…’ 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창업자들에게 빠른 성장, 투자자들을 위한 빠른 exit에 대한 압박으로 들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패스트벤처스는 최대한 오랫동안 기다리려고 합니다.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회사는 절대 선형적 (linear) 성장을 하지 않고, 승수 성장(exponential)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회수 성과는 꽤 많은 경우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서 늦게 팔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장 늦게 팔아야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줄 수 있는 자금조달 구조를 짜는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또한, 펀드의 만기나 exit에 대해 절대 패스트벤처스의 그 어떤 의도도 회사에 전달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10년전에 비해 구주 매각을 통한 일부 exit으로 펀드 만기에 대한 부담이 창업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는 분위기도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주 매각이 일어나게 되면 창업자는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을 주주로 억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이전에 창업자의 비전과 사업 방향에 동의했던 투자자가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주가 되어버린 사람과 한 배를 타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때론 구주 매각을 여러 곳에 흩뿌려서 의도치 않게 너무 많은 주주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패스트벤처스는 기본적으로 참을성 있는 자본이 되려고 노력하며, 중간에 구주 매각이 일어나더라도 반드시 창업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습니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창업자가 선호하는 곳과 거래를 하고, 때론 조건이 약간 열위에 있더라도 창업자가 원한다면 그 곳과 거래를 하겠습니다. 쓸데없는 분산 매각을 통해 주주관리의 피로도를 증가시키지도 않으며, 기본적으로 구주 거래를 통해 주주 구성에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패스트벤처스가 될 경우에는 창업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니즈를 반영하겠습니다. 



3. Not spray & pray


패스트벤처스는 특정 분야나 테마를 잡고 해당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테마형 벤처캐피탈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산업의 변화와 혁신은 창업자들이 먼저 만들고 투자자들은 그 트렌드에 후행한다고 믿기 때문에, 특정 분야나 테마를 회사의 원칙으로 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어디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최대한 여러 곳에 뿌리는 (spray & pray) 회사도 아닙니다. 패스트벤처스는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투자회사가 되길 원하며, 그 목적은 투자 유망 분야를 선제적으로 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창업자들에게 가치 있는 토론 파트너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패스트벤처스는 지속적으로 산업과 변화에 대해 공부합니다. 공부해야 기회가 보이고, 공부해야 창업자들과 유용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전략이나 세일즈를 대신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질문을 던져서 창업자가 유용한 고민을 하게끔 만들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 좋은 질문들은 당연히 많은 학습, 지속적인 학습에서 나옵니다. 


패스트벤처스도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창업자들이 얘기했을 때 못알아듣지 않게, 또 귀한 시간을 할애해주었을 때 그 대화가 일방향적이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계속 공부해나가고, 이를 통해 대화할 만한 가치가 있는 토론 파트너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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