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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이 '리쿠르터'를 채용한 이유

철저히 포트폴리오를 위해 일한다는 것 : 박지웅 대표, 지영은 리쿠르터

‘사업 확장 시기에 사람이 필요한데, 뽑을 사람이 없어요’
‘저희가 뛰어난 UI/UX 디자이너분을 모시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저희와 인연이 닿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아시거나 추천해주실 만한 분이 있으실까요?’
‘괜찮은 HR멤버를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혹시 소개해 주실 만한 분이 있을까요?’
‘도대체 누굴, 어떻게 뽑아야 하나요?’


패스트벤처스에는 철저히 저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만을 위해 일해야 하는 직무가 있습니다. 바로 '리쿠르터'인데요.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은 '팀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좋은 인재를 데려오고 싶은데, 풀이 너무 적다'는 등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패스트벤처스는 아예 리쿠르터 직무를 채용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스타트업 운영 외 다른 부분에서 창업가가 느끼게 되는 피로감을 줄여드리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고민한 결과죠.


지금부터 박지웅 대표, 지영은 패스트벤처스 리쿠르터와의 1:1 인터뷰 내용을 공개합니다.


1. 인재 채용 고민하는 스타트업, 패스트벤처스가 제시한 해법 '리쿠르터'


돈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인재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10억이 바꿀 수 있는 회사의 운명만큼이나, 훌륭한 인재 1-2명이 바꿀 수 있는 회사의 운명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패스트벤처스를 위한 것이 아닌, 패스트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위해 일하는 리쿠르터를 뽑은 이유는?

지웅) 과거에는 벤처캐피털이 돈만 투자해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벤처캐피털이 돈만 투자해서는 훌륭한 창업팀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지금 같은 세상에 돈은 이미 commodity화 되었고, 따라서 모든 벤처캐피털들이 ‘차별화된 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이 돈 +@에서 +@로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과정에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물론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이 투자한 회사의 채용을 돕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 주변에 좋은 사람을 수소문해서 소개해주기도 하고, ‘시간이 날 때’ 포트폴리오 회사가 올린 채용공고를 페이스북 등에 공유해주기도 하죠. 그런데 카운터파트인 스타트업 창업팀 입장에서 이런 정도의 도움은 ‘생각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의 1순위 일은 투자를 하는 일이고, 사실 투자를 하는 일만 해도 충분히 바쁘고 벅차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채용에 도움을 주기란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포트폴리오 회사가 한두 개도 아닐 거라, 말 그대로 립서비스나 선언적 의미에 그치게 됩니다. 저 또한 벤처캐피털에서 일할 때에는 선의를 가지고 그러한 도움을 주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보았지만, 정작 창업자 입장이 되어 여러 회사를 만들고 성장시켜보니, 선한 의도와 효과성이 둘 다 갖춰지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돈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인재의 가치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10억이 바꿀 수 있는 회사의 운명만큼이나, 훌륭한 인재 1-2명이 바꿀 수 있는 회사의 운명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패스트벤처스가 제대로 된 돈+@의 가치를 제공할 경우, 그중 가장 임팩트가 있는 것은 리크루팅에의 도움일 것이라 생각했고, 투자팀 구성원들에게 이 +@의 업무를 추가로 할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전담 인력이 그 일만 해도 충분한 수준의 가치가 창출되겠다는 결심이 서서, 리크루터 채용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리쿠르터가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역량과 스킬 셋?

지웅) 리쿠르터의 최우선이자 유일한 역할은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그들과 유의미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입니다. 그 외에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광범위한 HR의 업무들 가운데 '채용' 분야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있는 분, 가능하다면 큰 회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채용 업무를 담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스타트업의 채용이 가지는 특성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는 분,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들과 교류해나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분, 벤처캐피털 소속의 리쿠르터라는 것이 정형화된 업무가 아직 한국에서는 아니기 때문에 업무의 비정형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 - 을 찾았습니다.


리쿠르터의 성과 측정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패스트벤처스 리쿠르터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패스트벤처스가 아닌 포트폴리오들로부터 나오게 됩니다.


지웅) 저를 포함한 패스트벤처스 구성원들의 만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저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만을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포트폴리오 회사라면 패스트벤처스의 리크루터가 훌륭한 사람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리쿠르터는 포지션 불문 뛰어난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고, 그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이 리크루터를 통하면 누구든 소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소개를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훌륭한 사람이더라 - 라는 평판을 얻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에 해당될 것입니다.


패스트벤처스와 fit이 맞는 리쿠르터를 채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지웅) 제가 직접 작성한 장문의 JD를 통해서 광고도 돌려보고, 리멤버 커리어나 원티드 등을 통해서 콜드 컨택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컨택을 했던 사람만 보면 100명이 넘어가는 것 같고, 모든 인터뷰를 제가 직접 진행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였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리쿠르터가 일반적인 포지션이 아니고, 또 패스트벤처스 입장에서도 굉장히 실험적인 시도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한분 한 분을 알아가고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실제 VC 리쿠르터 채용을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지웅)  투자 외에 투자 후 성장을 돕기 위해 저 스스로가 고민하게 되는 시간 자체가 늘었습니다. 담당자가 생겼고,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어떤 회사에 투자를 할지 말지를 논의했던 게 시간의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그에 추가로 기투자한 포트폴리오들에게 어떻게 해야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게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2. 지금껏 걸어온 길 : 나는 왜 리쿠르터가 되었나


'매드업', '와이즐리'를 거쳐 패스트벤처스 리쿠르터로 오기까지

영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번째 'HR 팀원'으로 합류했고, 자연스레 채용에 가장 리소스를 많이 투입하게 되다 보니, 어느새 채용 업무 전반을 매니징하는 채용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근속 연수가 늘어나며 조직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에 마음  편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시점,  다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있는 환경에 놓이고 싶어 '와이즐리' 이직을 하게 되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밀도 있는 경험을   있었습니다.

패스트벤처스에서 포트폴리오사들의 인재 채용을 돕고 있는 지영은 리쿠르터.


언제쯤 이직을 할지 정해놓기보다 '다른 차원의 성장을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두고 Next step만 생각해 두는 편이다.


VC의 리크루터 포지션은 당장 그 다음 Next step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습니다. 사실 Next step으로 생각했던 역할은 따로 있었는데, 박지웅 대표님이 주신 메시지와 JD를 처음 읽었던 순간이 너무 강렬했어요. 이 기회를 지나치기가 어려웠죠. 대표님, 파트너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후에 천천히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합류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문득 잘 해내기가 어려울 것 같고, 압박이 느껴지는 일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종 결정 전에 조언을 구했던 멘토님이 ‘그 길을 가보지 않았음을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올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이유로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리쿠르터'는 패스트벤처스에서 처음 채용한 포지션인 만큼, 정형화된 업무 방식이나 프로세스가 없을 것 같았어요. 또한 이전에 채용담당자로서 해온 업무 방식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니 생각보다 더 막막함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대표님이 방향을 잘 잡아 주시지만 깊게 고민해보고 실행하는 것은 나의 몫인데, 그걸 내 욕심의 반만큼 하는 것도 어려웠죠. 한동안 그 막막함을 이겨내는 것이 큰 챌린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게 다 초행길을 가면서 헤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헤매고 개척해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후로는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헤맨 만큼 내 땅이 된다’는 말을 되새기곤 하는데요. 일단 부딪혀서 해보는 자세와 회복탄력성이 길러지고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지영은 리쿠르터가 패스트벤처스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패스트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 채용을 성공적으로 돕기 위한 본인만의 전략/실행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 전 과제로 제출했다고 들었다.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같은가?

영은) 전달받은 JD를 토대로 나름대로 내가 생각하는 이 포지션의 미션과 그것을 어떻게 해나 갈지를 주말 내내 머리를 쥐어 짜내 정리했습니다. ‘어떤 도움들을 어떤 방식으로 줄 수 있을지’ 정도의 흐름이었죠. 이후에 대표님이 생각하고 계시는 바를 여쭤봤는데, 더 구조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으로 접근하고 계셨어요. 답변을 들으면서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하면 우리 포트폴리오사와 함께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갈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지를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3.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야기


포트폴리오사 대표님들은 채용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영은) 패스트벤처스는 시드(Seed), 프리-A(Pre-A) 단계에 포커스 하다 보니 포트폴리오 사의 대부분이 '초기 스타트업'입니다. 초기 팀 빌딩 단계에서 겪는 대다수의 어려움들이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 단계에서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주는 임팩트는 매우 크기 마련인데, 그 한 명을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리소스' 또한 상대적으로 더 크고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저는 그 리소스를 최대한 줄여드리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보실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처음에는 다소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채용 브랜딩, 홍보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패스트벤처스 입사 후, 어떤 것을 해왔고 하고 있는가?

영은) 채용에 있어 어떤 어려움과 니즈가 있으신지 파악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서 포트폴리오사 몇 곳의 대표님들을 직접 만나 말씀을 나누어보고, 서베이를 진행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내주신 시간의 가치를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죠.


슬랙 채널을 따로 만들기 전에는 어쩌다 보니 메일로 업무 논의를 드렸었다. 대표님 전용 보라색 별..☆


서베이 내용을 토대로 큰 틀에서 방향을 잡고, 실무 역량을 보유한 신입을 채용하실 때를 위해 부트캠프와 같은 교육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업계 내 훌륭한 인재분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케이스들을 학습하고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틀을 잡아가는 중이에요.


업무 시 중점적으로 신경 쓰는 포인트들이 있나

영은)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으나, 프레임워크가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만들어나갈지 고민하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새로운 업무에 어떤 측면에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흡수하려고는 하고 있는데, 부족한 점들이 많다 보니 계속해서 인풋을 넣고자 신경을 꽤 쓰고 있습니다.


리쿠르터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커리어는?

영은) HR 팀에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시점에 이곳에서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전의 경험과 배움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과 같이, 이렇게 우당탕탕 하다 보면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어떤 모습’이 또 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보다 더 나은, 더 성장한 모습이면 될 것 같습니다.




Interviewer.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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