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1년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이 글들이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기고 있어
생각을 글로 써서 먹고사는 일을 하는 탓일까
왠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름 공개적인 것에 적는다는 게
괜히 어색한 거 있지
(그런데 왜 여기에 쓰냐고..? 그러게. 그래도 좋은 점은 있어. 나중에 네가 읽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 번은 생각을 정제해서 남겨둘 수 있다는 점. 그건 좋은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편안하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가볍기 기록해두려고 해
목적은 결국
너를 남겨놓는 것이니까
너에게 베베핀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어
미디어 노출을 최대한 늦추고 싶지만
매일 드레싱을 해줘야 해서 사실
별 다른 방법이 없더라
그래도 새로운 자극은 적게 받길 바라는 마음에
우린 거의 같은 영상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그중에 하나가
잠들기 전 베베핀 시리즈야
그 영상에는 잠에 들기 위해
무언가를 타고 별나라로 가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보여주는 건 엄마 담당, 네가 보는 동안 드레싱은 아빠 담당이라 아빠는 한 번도 그 영상을 보진 못했어)
언젠가 말로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너는 그 장면에서 늘 이렇게 웃으며 말했지
‘나는 아직 못 타봤지’
엄마와 아빠는 그런 널 보며
그래 그래 못 타봤지 하며 웃곤 했어
영상의 대사에 혼자서 대답하는 네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그런데 어느 날은
그 뒤에 한 문장을 더 말하는 거야
‘나도 크면 유니콘 탈 수 있지’
마치 유니콘이 버스나 전철처럼
당연하게 탈 수 있다는 듯 또 웃으면서 말이야
드레싱을 하다가 그 말을 듣는데
아빠는 잠시 눈물이 핑 돌았어
뭐든 탈 수 있었는데
뭐든 될 수 있었는데
아빠도 어릴 땐 그랬을 텐데
싶기도 했고
동시에
유니콘을 타겠다는 내 아이에게
유니콘까지는 아니어도
가고자 하는 마음만 확고하다면
그곳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고 싶기도 했거든
그런데 발판 얘기가 나와서 생각이 났는데
너는 요즘 엄마와 아빠를
사다리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허벅지며 팔뚝이며 배 위까지
발로 밟고 다 올라서려고 하거든
너도 이젠 꽤 커서 처음엔 꽤 아프더라
그런데 아픈 건 아픈 건데
하다 보니까 좋아 요즘엔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아빠 배 위에 올라서서
생글생글 웃으며
아빠를 내려다보는 네 얼굴
아픈 건 잠깐이지만
너의 그 얼굴은 아빠에게 영원일 거 같아서.
그래 아무래도
내일부터 복근을 더 길러야겠다 아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