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겐 할머니
나에겐 엄마인 사람
오늘은 그 사람
너의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
넌 자라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을
할머니와 보냈어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매일 왕복 3시간의 거리를 다니시며
매일매일 널 돌보셨어
너는 다행히도
순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거든
그런데 할머니는
널 돌보는 것에 전혀
고단한 내색조차 하지 않으셨어
이런 말씀만 하셨지
류시를 돌봐줄 수 있을 정도로
본인이 건강해서 다행이다
이것 또한
결국 나의 행복이다
할머니의 입에서
스스로 행복하다라는 말을
얼마 만에 들었던 지
그 말을 들은 순간엔
표현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혼자 할머니의 말과
그 말을 할 때의 표정을
순간순간 많이 되새김질했었어
그녀의 그 행복을
오래도록 행복으로 지켜드려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할머니와의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느 날 가져오신 육아일기였어
할머니가 아빠를 키우며 썼던
아빠의 육아일기였지
거기엔 아빠가 몰랐던
아빠가 담겨 있었어
아빠가 이제 막 태어났던 순간
뒤집기를 하는 사진
베란다 창문을 붙잡고 일어선 사진
언젠가 말귀를 알아들었다거나
어떤 날은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그 육아일기의 마지막은
할머니가 이제 막 1살이 된 아빠에게
직접 쓰신 돌편지였어
돌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어
“
너는 자라서
이 세상에 필요한
참된 사람이 될 거야
“
그 문장을 보며
아빠는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렸어
너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의 바람이
너무나 근사하게 느껴졌거든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잘난 사람도 아니고
참된 사람이라니 말이야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네가 꼭 알았으면 좋겠어
너의 할머니는
너의 생각보다 훨씬 더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너도 아빠도 함부로 그녀를
슬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복이
곧 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