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아빠의 엄마에 대하여

by 이다지


너에겐 할머니

나에겐 엄마인 사람


오늘은 그 사람

너의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해


넌 자라는 동안

꽤 많은 시간을

할머니와 보냈어


일하는 엄마와 아빠를 대신해

매일 왕복 3시간의 거리를 다니시며

매일매일 널 돌보셨어


너는 다행히도

순한 아이였지만

그래도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거든


그런데 할머니는

널 돌보는 것에 전혀

고단한 내색조차 하지 않으셨어


이런 말씀만 하셨지


류시를 돌봐줄 수 있을 정도로

본인이 건강해서 다행이다


이것 또한

결국 나의 행복이다


할머니의 입에서

스스로 행복하다라는 말을

얼마 만에 들었던 지


그 말을 들은 순간엔

표현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혼자 할머니의 말과

그 말을 할 때의 표정을

순간순간 많이 되새김질했었어


그녀의 그 행복을

오래도록 행복으로 지켜드려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할머니와의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느 날 가져오신 육아일기였어


할머니가 아빠를 키우며 썼던

아빠의 육아일기였지


거기엔 아빠가 몰랐던

아빠가 담겨 있었어


아빠가 이제 막 태어났던 순간

뒤집기를 하는 사진

베란다 창문을 붙잡고 일어선 사진

언젠가 말귀를 알아들었다거나

어떤 날은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그 육아일기의 마지막은

할머니가 이제 막 1살이 된 아빠에게

직접 쓰신 돌편지였어


돌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어


너는 자라서

이 세상에 필요한

참된 사람이 될 거야


그 문장을 보며

아빠는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렸어


너의 할머니

나의 어머니의 바람이

너무나 근사하게 느껴졌거든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잘난 사람도 아니고

참된 사람이라니 말이야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네가 꼭 알았으면 좋겠어


너의 할머니는

너의 생각보다 훨씬 더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너도 아빠도 함부로 그녀를

슬프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복이

곧 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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