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의미를 더하는 순간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예전에 유명한 관광 포인트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내용을 쓴 적이 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장소는 내 인생의 한 자락이 걸친 곳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곳에 가서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다.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삼국지와 관련 있는 장소를 찾아가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혼자 가방 둘러매고 중원 이곳저곳을 헤매면서 오래전 인물들과 사건들을 더듬어가는데.

그 방대한 분량의 삼국지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삼국지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에 통달하고.

장소와 그들 서로 간에 얽힌 사연과 관계를 유창하도록 머릿속에 입력하는 엄청난 작업을 마친 뒤에,

마침내 사연들을 담은 그 많은 장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수천 년 전,

수백 년 동안 발생한 사건과 인물들을 열성적으로 설명하는 대단한 성의에 빠지고 말았다.


삼국지는 예전에 읽다가 말았고.

내가 동양사 강의를 주로 들어서 중국 고대사를 수강한 기억은 있지만.

아물아물,

그저 이합집산과 치고받는 싸움으로 어느 곳의 권력자라도 땅을 주고받았으며.

그때마다 백성들의 삶은 아비규환,

인생살이가 고달프기 이루 말할 수 없더라, 는 인상이

중원을 달리던 말발굽 소리와 핑핑 날아다니는 활의 환영과 함께 남아있을 뿐이다.



하도 오래된 일이라 기껏 찾아가도 달랑 표지판 하나,

황량한 벌판에 쓰레기가 날릴 뿐인 곳이 대부분이고.

장소의 번영을 가져다주었던 큰 강은 메마르고,

영웅들이 대의를 결의했던 누각은 문화혁명 때 부서져

지금 우리 눈에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깡촌으로 보일 뿐인데.


삼국지, 그 시대의 인물들에 애정을 가진 이의 눈에는 유비, 관우, 조조가 태어나고 자라서

고난을 겪으면서도 목숨을 걸고 싸우고 또 싸우며 뜻을 펼치다 마침내 죽어간 대하드라마가 펼쳐지는 생생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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