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은이
시작은 소설이 전혀 아니었다.
질서 있고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삶의 기반이라 여기는 나로서는,
일상을 이루는 작은 행위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즉, 먹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뭐 그런 일들.
전혀 빛 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으며,
지루하게 반복될 뿐인.
어쩌면 권태로울 수 있는 삶의 굴레.
하지만 이 기본적인 행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일상은 금세 흐트러지고,
마음이 불편해지며,
어수선한 생활환경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어떻게 먹고,
청소는 왜 해야 하는지-
이걸 누구는 모르겠느냐만.
매일매일 꾸준히 제대로 해내기는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그 인물이 꾸려가는 단정한 일상을 따라간다면 이야기가 보다 구체적일 수 있겠지, 싶었고.
그래서 젊은 여자,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기는 하지만 직업은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주신 얼마간의 유산으로 생활이 가능한,
꿈같은 인물 은이를 내세워 보았다.
그러므로 당장은 시간과 돈에서 자유로이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은이는,
스스로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현실이 아닌 이상을 따라가는 인물인데.
어디까지나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일 뿐입니다.
없어요, 현실에서는.
그렇게 일상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사회에 속한 인간으로서 우리는,
사회라는 환경에서 분리되어 살아갈 수 없는데.
하필이면 어이없고 기가 찬 전 정권 중에 시작된 글이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시민으로서의 은이도 담게 되었다.
소설 꽤나 읽어본 나로서는,
당최 이걸 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까?
의아합니다만.
어쨌든 뭐, 실재하는 인물이나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단단한 일상을 가능케 하는 선결 조건은 사실,
정기적인 수입과 건강이다.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글 쓰는 이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라 그렇습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