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우리에게 참 익숙하다.
흔하고.
그래서 하찮게 여길 수 있는데
살림을 해보면 멸치가 얼마나 소중한 식재료인지 모른다.
멸치라고 통칭하지만 크기도 다양하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죽방멸치부터,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거무스름한 묵은 멸치까지.
자잘한 지리멸부터 길쭉한 대멸치까지 다양한 동족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멸치가 원래 푸른 바다에서 펄떡이는 생명체였다는 사실이다.
말려놓은 멸치에 익숙해서 생명력이 넘치던 멸치는 깜빡 잊고 말지.
우리 어머니는 화창한 봄날,
TV에 멸치잡이 풍경이 나오면 활기가 넘치는 그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늘 말씀하셨다.
끝내 못 가보셨네.
멸치볶음은 정말 흔하다.
편의점 도시락에도, 꽤 괜찮은 한정식의 밑반찬으로도, 집에서도 자주 먹는다.
우리 밥상의 스테디셀러.
팬에 올려 양념에 달달 볶기도 하지만.
기름을 조금 떨궈 살살 양념을 섞은 멸치무침도 있고.
간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고추나 아몬드나, 마른 새우 같이 다른 재료들과 함께 해도 맛이 잘 어우러진다.
김밥에 넣어도 맛있고.
볶음밥에도,
비빔밥에도,
오도독 고소한 멸치볶음이 씹히면 맛있고 재미있다.
나는 은빛의 신선한 큰 멸치(보통 육수 내라고 파는 크기)를 머리, 내장, 꼬리 다 따서 오븐이나 마른 팬에 살짝 굽는다.
여기에 볶은 땅콩이나 아몬드를 곁들이면,
반찬으로나 간식으로나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있지만 너무 감질 나.
집에서 만들면 훨씬 풍부하고 맛나게 먹을 수 있답니다.
뭐,
이런 멸치는 그냥 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지만요.
멸치가 살아있을 때 산지에서는 멸치회를 먹는다고 한다.
언젠가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는 생멸치를 넣어 쌈장을 끓인 적도 있다.
이제는 손쉽게 참치나 꽁치 통조림으로 만들지만 말이다.
멸치로 담은 젓갈은 보통 김치를 담는데 쓰지만
쌈을 싸서 먹을 때 곁들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제주도식 멜젓이라 해서 구운 고기를 찍어 먹더라.
멸치젓 특유의 비릿하면서 감칠맛이 입맛을 당긴다.
멸치젓을 삭혀 만드는 맑은 멸치젓국은 김치 담글 때도 쓰지만,
볶음이나 조림이나 무침이나 국 같은 여러 음식의 간을 맞출 때,
간장과 함께 쓰기도 하고 단독으로 넣기도 한다.
그냥 짜기만 한 맛이 아니라 짭짤함이 혀에 닿는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국물 음식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육수를 만들려면 멸치와 여러 버섯, 채소를 넣어 끓인다.
그 육수로 국수도 말고, 찌개와 국도 끓이고, 어묵탕도 만들며 떡볶이에도 한 국자 넣는다.
시골 할머니 배추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시는데
맨 물에 된장 풀어 끓이시다가 우거지 넣고 펄펄 끓을 때,
손질한 멸치 한 움큼 넣으시더라.
아, 그것도 맛나 보였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도움이 크고 유익한 것들이 있다.
멸치처럼 말이다.
너무 익숙해서,
여기저기 흔해서,
희귀한 것, 번쩍거리는 것, 크고 대단한 것에 정신 팔린 우리는 그 가치를 잊고 산다.
미안해.
이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