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 파!

작고 하찮은

by 기차는 달려가고

우리 음식에서 파를 빼놓을 수 있을까?

파가 아니라면 음식에 들어간 제각각의 재료들과 양념들이 정리되지 않는 기분이랄지.

텁텁하거나, 느끼하거나, 들큼하거나, 찝찔하고 밍밍한 재료들의 모든 불협화음은 파로써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우리 음식에서 파의 지위는 특별하다.

고기에, 생선에, 나물에, 국에, 찌개에, 국수와 장조림에, 김치에, 계란말이에도,

파는 어디에나 숨어 있지.

지나가는 행인 1이라든가,

기껏해야 조연 중 하나로 보일 듯 말 듯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다.

그런가 하면 파절이와 파전, 파김치, 파 강회에서 파는 독보적으로 활약한다.

파가 아니면 불가능한 음식들!



어릴 때 우리 가족은 무교동에 있는 고기구이 집에 자주 다녔다.

숯불에 소고기를 구워서 소금을 넣은 기름장에 찍어먹던 소금구이 전문점.

국에 들어간 파 조각을 일일이 건져내던 유난스럽던 이 어린이 입에도 그 집 파절이는 정말 맛있었다.

잘 구워진 고기 한 점 소금 넣은 참기름에 콕 찍어먹고요.

가늘게 채 썬 파를 고소한 참기름과 고춧가루와 액젓에 버무린 파절이 한 젓가락.

크,

입안이 개운해지던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그렇게 파의 맛을 배워서는 대파가 잔뜩, 해물이 넉넉한 지글지글 파전에 맛 들이고.

쪽파를 매운 김치 양념에 버무린 파김치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으며.

데친 실파나 쪽파를 돌돌 감아 오징어 찜과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파 강회의 산뜻한 맛까지 진도를 나가게 되었다.

맵싸하고 톡 쏘는, 개운한 파의 맛을 알게 되면 이제 미각은 어른인 셈이다.

설렁탕 집에 가서는 식탁 위에 놓인 동글동글 썬 파를 듬뿍 넣어 고기 국물의 누린 맛을 가리고.

닭백숙에도,

매운탕에도 파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대파를 많이 먹지만,

김치를 담거나 파전을 지지기도 하는 쪽파가 있고.

파 강회에 쓰이거나 음식 위에 뿌려서 장식하는 가느다란 실파도 있다.

일 년 내내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가격 변동은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한 가격이어서 부엌에 매일 출연은 하지만 그리 소중하게 다뤄지는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우리가 늘 먹는 여러 채소를 키워보신 분 말씀하시길,

파 키우기가 제일 힘드셨단다.

파종하여 먹을 만큼 키우기까지 꼬박 한 해가 걸리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채소.

사시사철 흔하게 구하고 먹지만 파는 결코 쉬운 채소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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