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 잘라내기 : 잦은 매매가 가져오는 결과

(feat. 잦은 매매는 증권사 직원들 회식비만 대주는 꼴이다.)

by 살찐사마귀

드디어 월급은 거들뿐, 무덤덤 주식투자 연재 마지막 회차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에필로그가 남아 있지만 이 연재에서는 무덤덤하게 투자할 종목 선정, 매수와 매도 시점, 리밸런싱 등에 대한 내용은 실전편으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리는 지난 여정을 통해, “월급은 통장에 찍히는 순간부터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다소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출발점에서 시작해, "r>g"라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방정식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으며, 보험료 다이어트와 통장 쪼개기를 통해 간신히 숨통을 틔우고 시드머니라는 작은 씨앗을 마련했고, 고금리 빚과 저금리 빚을 구분해 나쁜 악마부터 하나씩 잘라내며 재무 구조의 기초를 다졌고, 분산 투자와 정액 분할 매수를 통해 “이번엔 진짜다”라는 몰빵의 유혹에서 빠져나오는 안전한 구조를 세웠으며, 마지막으로는 시간과 복리라는,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공평한 무기가 우리 편이 되었을 때 얼마나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지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이쯤 되면 이론적으로만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이미 꽤 그럴듯한 “40대 쫄보 직장인형 자본가 설계도”를 손에 쥔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공든 탑을 단 한순간, 그것도 아주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로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는 최종 보스가 여전히 우리 안에 숨어 있습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평생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 “열심히 움직여야 성과가 난다”는 노동자의 문법에 철저히 길들여진 우리가 투자에서도 똑같이 손발을 놀리려 할 때 등장하는 괴물, 바로 잦은 매매(Frequent Trading)입니다.


우리가 왜 그토록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고 싶어 하는지, 그 짧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지난 11편 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갉아먹고, 비틀고, 결국 허물어뜨리는지를 웃프지만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려 합니다.


1. 잦은 매매의 심리학 : “나는 시장보다 부지런하다”는 치명적인 착각

직장인인 우리는, 솔직히 말해 성실함 하나로 여기까지 온 세대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상사가 굳이 시키지 않아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이건 우리 팀 일이 아닌데요?”라는 말을 삼키며 다른 팀 업무까지 슬쩍 떠안고, 이렇게 몸과 정신을 갈아 넣는 ‘열심히 한다’는 태도가 성과와 평가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릿속에는 이런 공식이 자리 잡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더 자주 보고,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이 개입하면 해결된다.


문제는 이 사고방식이 아무런 필터링 없이 투자 세계로 넘어올 때입니다. 주식 계좌를 연 순간부터 우리는 다시 익숙한 패턴을 반복합니다.


장 시작 전에 MTS를 켜고,

실시간 시세창과 차트를 들여다보며,

오늘은 어떤 종목이 불타오르고 있는지,

지금 들어가면 아직 늦지 않은 건 뭔지 확인합니다.


내가 산 종목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

“봤지?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어”라는 짧고 달콤한 쾌감이 밀려오고,


반대로 파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이거 괜히 샀나?”라는 불안이 목덜미를 잡습니다.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몇 번 타다 보면,

아주 위험한 착각 하나가 고개를 듭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보고 있는데, 설마 시장보다 느릴 리는 없잖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건 성실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수많은 연구와 통계가 반복해서 말해주듯, 개인 투자자는 거래 횟수가 많을수록 평균 수익률이 낮아지고, 하루 종일 차트와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전업 펀드매니저조차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지수 ETF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면, 부장님 눈치를 보며 화장실이나 탕비실에서 슬쩍 MTS를 켜고 매매하는 우리가 ‘저점 매수·고점 매도’를 반복적으로 성공시킬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자만에 가까운 착각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2. 잦은 매매가 당신의 계좌를 파괴하는 3가지 확정 경로

우리가 “매수” 또는 “매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눈에 보이는 평가 손익만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리의 성장을 조용히 방해하는 세 가지 확정 손실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2-1. 비용의 누수 – 당신은 이미 증권사 회식의 VIP 후원자다

첫 번째는 너무나 명확해서 오히려 자주 무시되는 손실입니다.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아주 성실하게 빠져나가는 것!


바로 수수료와 세금입니다.


한 번에 몇 천 원, 몇 만 원 수준이라 “이 정도야 뭐” 하고 넘기기 쉽지만, 이 비용은 횟수와 결합하는 순간 흉기가 됩니다. 연 8~10% 수익 내기도 쉽지 않은 시장에서, 잦은 매매로 매년 1~2%를 수수료와 세금으로 헌납하고 있다면, 그건 투자라기보다는 증권사 실적을 키워주는 부업에 가깝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파는 투자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자주 헌혈해 주는 VIP 고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증권사의 분기 실적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노후 자산입니다.


2-2. 심리적 편향의 함정 – “이익은 빨리, 손실은 끝까지”

두 번째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계좌를 가장 깊게 파먹는 손실입니다. 행동재무학에서 말하는 Disposition Effect(처분 효과), 즉 사람은 이익 난 주식은 너무 빨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너무 오래 들고 가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입니다.


잦은 매매를 할수록, 이 왜곡은 더 심해집니다.


+5%, +10%만 나도

“일단 수익 실현하고 보자”는 안도감에 팔아버리고,


–15%, –20%가 된 종목은

“여기서 팔면 진짜 손해잖아”라는 자기 합리화로 끌어안습니다.


그 결과 계좌에는 적게 먹은 수익의 잔해와 크게 물린 손실만 남습니다. 복리는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복리가 아니라 손실의 적금입니다.


2-3. 본업 붕괴 – 투자를 하려다 월급을 잃는 아이러니

세 번째 손실은 직장인에게 가장 치명적입니다. 바로 본업, 즉 시드머니의 원천이 되는 노동 소득의 흔들림입니다. 장중 내내 시세를 보느라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보고서를 쓰다가도 5분마다 MTS를 켰다 껐다 하다 보면, 업무의 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으로 한 달 20만 원, 30만 원 벌겠다고 연봉 인상분, 승진 가능성, 혹은 안정적인 자리를 스스로 갉아먹는다면, 이것만큼 확실한 소탐대실도 없습니다.


3. ‘매수 후 기절’ 전략 – 이 세계에서 게으름은 미덕이다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움직임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진짜 자본가는 매일 시세를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자산을 사두고 시간과 복리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입니다. 쫄보 직장인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손가락이 아니라, 무거운 엉덩이와 둔감한 멘털입니다.


3-1. 환경 설정 – 의지를 믿지 말고, 구조를 믿자

알림을 끄고,

앱을 숨기고,

계좌 확인 날짜를 정하십시오.

의지는 항상 먼저 배신합니다.

환경을 바꿔야 습관이 바뀝니다.


3-2. 자동화 – 시스템이 나보다 성실하게 일하게 하자

자동 이체,

정액 분할 매수,

정기적 ETF 매수.

내 기분과 상관없이

시스템이 묵묵히 투자하게 만드는 것,

이게 쫄보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3-3. 망각의 기술 – 이 돈은 미래의 나에게 맡긴다

매수했다면,

그 순간 이렇게 이름 붙이십시오.

“이건 10년 뒤 내 은퇴 자금이다.”

그리고 잊으십시오.

시장은 기억하되,

시세는 잊는 것.

그게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마지막 기술입니다.


4. 쫄보, 마침내 자본가의 길 위에 서다

이제 우리는 월급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돈이 다시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성투하십시오. 그리고, 너무 자주 매매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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