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이론은 끝났고, 이제 시장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by 살찐사마귀

지금까지 이 연재는, 종목 추천이나 매매 기법을 알려주는 ‘실전 매뉴얼’이라기보다는,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머릿속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30~40대 직장인을 위한 투자 이론편’에 훨씬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국내 주식 시장이 활활 타오르는 시점에도 덤덤하게 투자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저 역시 매일 덤덤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세워놓은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어디에 투자할지보다
왜 투자해야 하는지,
얼마를 벌 수 있는지보다
어디까지는 잃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투자자여야 하는가?


를 천천히 되짚어보는 과정이었죠.


그래서 지금의 연재에는
수익 인증도,
종목 선택방법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비법처럼 보이는 내용도(사실 비법 따윈 없습니다.)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월급의 유통기한을 직시했고, "r>g"라는 자본주의의 불편한 공식과 마주했으며, 보험·고정비·빚·시드머니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부터 하나씩 정리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를 벌 것인가”보다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 “몰빵과 소문”보다 “분산과 원칙”이 훨씬 오래 살아남는 전략이라는 사실, 마지막으로 시간과 복리라는 보이지 않는 동맹군이 우리 편이 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도 차근차근 확인했습니다.


이쯤 되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뭘 사라는 거지?”
“ETF는 알겠고, 분산도 알겠는데,
실제로 계좌에서는 어떻게 굴려야 하지?”


맞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운동화를 신기 전 스트레칭에 가깝고, 지도를 펼쳐 동선을 그려보는 단계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실제 시장에서의 매수·보유·리밸런싱·현실적인 실수와 회복의 과정, 즉 ‘실전편’은 이 이론편이 단단히 깔려 있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론 없이 실전으로 뛰어들면,

우리는 너무 쉽게 소문에 흔들리고,
단기 등락에 감정을 빼앗기고,
결국 “왜 시작했는지”를 잊은 채
버튼만 누르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연재는 여기서 의도적으로 멈춥니다.


이미 여러분은
1. 월급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2. 내 성향과 감정의 약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3.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구조가 무엇인지 이해했고,
4.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몰빵, 잦은 매매, 소문 추종)는
적어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 상태라면, 이제 시장은 더 이상 막연히 무섭기만 한 곳도, 요행을 기대하는 카지노도 아닙니다.
조심스럽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한 현실의 공간이 됩니다.


앞으로 이어질 실전편에서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계좌에서 어떻게 구조를 짜는지, 변동성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지 않는지, 그리고 실수했을 때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한 가지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투자는 인생을 단번에 바꾸는 사건이 아니라, 인생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구조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특히, 40대 직장인의 투자는 젊은 시절의 한 방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월급이 멈추는 날에도 삶이 함께 멈추지 않도록 해 주는 완충 장치가 되어 줍니다.


지금까지 이 연재를 따라오셨다면,


여러분은 이미
“무모한 투자자”가 아니라
“생각하는 투자자”의 출발선에는 서 계십니다.

이론편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은 이 구조를 실제 시장 위에서 어떻게 굴리는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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