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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모음집

새벽 두 시의 좌절

난 그래도 맛있는 소주 100살까지 먹을 거다

by 임경주


누군가에게 매혹되는 것은 번개가 치듯 한순간인가?

글도 마찬가진가 봐

그 한순간이 일 년

때로는 십 년

때로는 사람의 평생을 지배할 거야


보이지 않는 석탄가루에

달아난 잠이

물고기 풍경에 걸려 있어


새벽 두 시

뭐야 이거

깜짝 놀라 담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는 나는 어린아이

한글을 이제 겨우 떼었네


흡연장 새카만 곳에 앉아

난생처음 만난 글 읽는 동안

담배를 일곱 가치나 태워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지?

두뇌부터가 다른 건가?

난 여태 뭐한 거지?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고 샘이 나서

잠이 오지 않아

이대로는 도무지 안 되겠어

소주를 까서 글라스에 부어 마셔

소주가 쓴 적이 몇 번이었더라


난 지지 않아

건강도 해치지 않고

글도 계속 열심히 쓸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난 반드시 좋은 글 써내고

이 맛있는 소주 100살까지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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