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채석강에서

고맙네

by 임경주


연인이 채석강을 걸으면 찢어진다고 한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겹겹이 쌓인 절벽을 뒤로하고

근 30년을 함께 살아온 사람과 말없이 걷는데

여러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중엔 내 아들처럼

어딜 가나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아들의 보석 같은 여자친구가 있고

최근에 알게 된 좋은 사람들도 있다


갑자기 떠오르는 그 인간

나에게 상처를 안겨준

정말 그 인간 너무 싫은데

불현듯 떠올라

머리를 세차게 털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


부모님

형제자매

장인장모님

처남들과 처남댁

친구들

살아가다 만난 고마운 사람들

미운 인간들

생각만 하면 애증이 교차하는 사람들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 있나 싶은 사람들


늙어 빠져가고 있는 인생에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농담처럼 우리 이 길을 걸었으니

이제 그만 찢어지자

그래 찢어져

서로 웃어 본다


하지만

이 사람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떠오르지만

내 인생 가장 고마운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옆에 있어 고마운 마음에

이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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