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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Nov 15. 2022

CARS, ADIR 자폐 검사 결과를 듣다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생각들

어느덧 50개월이 됐다. 그간의 일들을 적어보자면 대학병원에서 사회성, 화용에 관한 전반적인 검사를 실시했고 진단을 받았다. 카스는 26점이라 검사 결과 자체는 자폐는 아니라 했다. 하지만 ADIR이라고 1시간가량 부모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 자폐 절단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자스 경계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실 검사 결과 자체로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아이 상태를 알고 27개월부터 언어치료를 시작으로 놀이치료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스가 아니라면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설명할 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곱씹게 되는 생각은 검사를 48개월에 실시했는데, 한 달 사이에 아이가 꽤 성장했다. 핑퐁 대화가 여러 번 이어지고, 학습된 결과이긴 하지만 상대의 기분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보다 상세히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만약 한 두 달 정도 늦게 검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결과는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기는 한다. ADIR시 과거 아이의 행동과 모습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안 좋았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었고 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 0에 가깝도록 보수적으로 대답한 탓도 있었기에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만약 자스가 아니라고 해도 자폐적인 성향이 남아 있는 걸 알기에 치료를 그만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니다. 그럴 리가 없지. 우리 아이가 성장했다고 느낄 정도면, 다른 정상 발달 아이들은 2~3배 아니 10배쯤 껑충 뛰었을 것이다.

아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스가 아니었으면.. 하는 기대의 끈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이름표,**출신, 딱지에 대해


자폐는 병이 아니란다. 약도 없고, 완치도 없다. 진단은 병원에서 해 주지만 이러이러한 치료를 하면 좋아질 것이고 나을 거라는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 잔인하고 이렇게 더 잔인할 수가 없다. 아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불편해하지 않게 나아지는 치료들을 할 뿐이다.


지금 아이가 비록 상호작용의 질은 일반 아동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상동 행동도 없고, 반향어도 거의 없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행동들은 분명 자스이기에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되었다.  어날 수 없는 굴레, 아이의 운명이다.

혹시 아이의 진단명이 바뀌기도 하는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아이가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람에서 물었다. 그래서, 그래도 좋은 예후를 말씀해 주실 줄 알았으나, 진단 자체가 오진이 아닌 이상 없다고 한다. 정말 좋은 치료사를 만나고, 아주 꼼꼼한 치료를 통해 정상발달?로 돌아선 아동을 딱 한 명 봤다고 하셨다.  의사를 욕이라도 할 수 있게  도하예의 없게 말을 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20분 상담하는 동안 차분하고도 단호한 말투에서는 친절함까지 묻어 있었다. 


아이의 진단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한 것 같다. 이 상황을 그저 부정한다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닌, 그 충분한 시간 동안 조금 덜 상처받을 수 있게 단련하여 단단한 마음이 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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