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근데 다른 얘기해도 돼요?
"그래. 뭔데?"
"엄마도 예전에 꾼 꿈인데 기억나는 게 있어요?"
"그럼 있지. 어릴 때 기억, 하늘나라 가신 할아버지, 엄마 다니던 직장에서 일하던 것들.. 많지."
"엄마! 그리워서요?"
"응? 그리워서인가? 아, 생각해보니 그런거 같기도 하네.."
" 너는?"
" 저도 많죠. 태권도에서 포인트 받은 것, 유치원 친구들, 그리고 ... "
초1 요맘 때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도 꿈 얘기 하는 걸 좋아한다. 꿈 꿨는데 기억이 안나서 속상하다던지, 친구가 나와서 같이 놀았다던지 등 기상하자마자 얘기하고, 또 얘기한다.
어제도 불끄고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아이가 불쑥 던진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릴 때 기억과 할아버지는 그렇다쳐도, 예전 직장을 내가 그리워한다고?? 내가?? 글쎄..
직장다닌 시간이 14년, 경력단절 된 시간도 7년.. 어느 순간 공중분해되어 사라져버린 회사와 직장동료를 내가 그리워할리가 만무하다. 그저 원망했고, 미워했다. 전 직장에 대한 생각을 할 때면 늘 돌덩어리같은 마음인데, 아이의 순수한 한 마디에 이상하게 마음이 요동친다.
인정할 수 없지만 아이의 말을 듣고는 그리움도 있었다는 걸 수긍해본다. 서울이 넓고도 좁고, 박물관이며 유원지며 때마다 다니고 롯데월드도 매달 한 번씩 가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번을 안마주치는 것도 참 신기하다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가삿말을 새긴탓일까.
가을이 깊어가는 까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