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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6. 2015

[책] 프란츠 카프카 - 변신

당신은 고통하는가?

1915년 ‘변신’이 발표되자 점점 동물의 소리를 내다 죽어버리는 한 마리 인간에게서 시민적 삶에 얽매인 자신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해충으로의 변신은 너무 일상적이라서 그리 비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절망적 세계의 희망이 된다.

당신도 변신할 수 있다. 변신을 두려워 말라.

그는 해충으로 변했고 돈 버는 기계에서 벗어났다.

가족애는 그 허위를 벗고, 경멸과 혐오를 드러낸다.

곧 가족의 상황이 바뀐다. 그레고리의 상황도 바뀐다. 점차 인간에서 멀어진다.

그의 죽음과 동시에 가족들은 기나긴 고난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새롭고 싱그러운 삶의 빛을 찾는다.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제 그레고리는 영원히 탈출했다.


한없이 숨 막혔던 삶의 질서를 정지시키고 그레고리는 떠났다. 당신이 억압받는 현실을 탈출하려면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해충으로 변신하는 길일지라도, 사과에 맞아 죽더라도, 스스로의 탈출을 위해 변신하라. 모든 낯익은 것을 포기하라. 현재의 나를 고집하며 환경과 지배를 변화시키길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내가 됨으로써 이 한계상황의 배치를 바꾸자. 네가 변하면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뀐다.


엄습하는 가벼운 통증, 이유를 알 수 없는 찰과상, 그레고리가 눈을 뜨면서부터 통증이 시작된다. 통제할 수 없는 작고 연약한 다리와 상대적으로 비대한 몸뚱이는 놀랍도록 생경하지만 그 신체의 감각은 짜릿할 만큼 오롯하다. 충격에 취약한 그의 연약한 감각은 쉼 없이 고통한다. 떨어지고 부딪히고 긁히어 피(곤충의 걸쭉한 액즙에 가까운)가 흐르고 환부가 불편하게 당겨온다. 읽는 이는 반복적으로 그레고리의 고통의 서술을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고통이 전이된다. 이 처참한 광경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레고리가 ‘보잘것없는 점원에서 시작해 외판원이 되고 그의 가족들을 풍요롭게 만든’ 5년 동안 단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고통과 질병의 인식조차 사치인 외판원과 처절하게 상처 받고 맹렬하게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벌레, 정말로 인간답지 않은 쪽은 어느 쪽인가.


간헐적인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이 역겹고 불편한 감정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순식간에 노년의 휴식을 박탈당하고 흉측하게 변해버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두려움에 찬 혐오와 어린 누이동생의 처녀애다운 감수성이 산산이 부서지는 쪽? 몰락하는 가문과 여전히 무기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그레고리가 느끼는 착잡함과 수년간의 자신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으로 퇴색되어갈 때의 상실감? 이도 저도 아니라면 독자 너 자신? 두 쪽 모두의 처지에서 그리 자유로울 것 없는 당신의 일상에 던져진 사과가 환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고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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