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by Shin Huiseon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를 봤다. 어떻게 30년이 지난 작품인데.. 서사와 연출이 요즘 드라마에 전혀 밀리지가 않는 건지 정말 놀라웠다. 담배 피우는 장면과 액션 씬도 좋았다. 송지나 작가가 남자 캐릭터를 그렇게 잘 만든다던데 무슨 말인지 이제 알았다.

박태수(최민수)와 강우석(박상원)은 고등학교 친구 사이다. 태수는 아버지가 좌익이라는 이유로 육사 진학이 좌절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깡패의 길로 들어서고 우석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검사가 되려고 한다. 태수는 우석의 하숙집에서 우연히 만난 윤혜린(고현정)에게 첫눈에 반한다.

혜린은 카지노 대부(윤 회장)의 딸인데 학생운동을 한다. 태수와 우석뿐만 아니라 혜린의 보디가드 백재희(이정재)까지 모두 혜린을 좋아하는데 드라마 후반부까지도 혜린의 마음이 정확히 누구를 향해 있는지 애매하게 나온다.

80년 5월 태수와 우석은 광주에서 만난다. 5.18을 다룬 다른 어떤 작품보다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 실제 자료화면이 나오기도 한다. 후배의 죽음으로 시민군이 되는 깡패 태수와 군대에 가서 계엄군이 된 우석. 우석은 태수를 다시 한번 구해주기도 하지만 자신이 계엄군이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가진다.

내가 인상 깊었던 인물은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인물 강우석이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트레이서>에서 인태준(손현주)은 부잣집 딸하고 결혼해서 비리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 타락하게 되는데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인물이 강우석이다. 혜린이 부잣집 딸(카지노 대부의 딸)이라는 걸 알고 나서 바로 정리해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우석이 가난한 집 아들이라서 감정 정리를 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기 삶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혜린과 결혼했으면 분명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태수 대신 우석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유튜브에 채사장이 뽑은 드라마의 왕 모래시계 리뷰라는 콘텐츠가 있다. 채사장은 윤 회장(혜린의 아버지)이 모래시계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모래시계(권력의 유한성)를 상징하기도 하고, 윤 회장의 말하는 방식, 어른의 대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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