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스 무샤이트의 군인들
2021년 9월 20일.
카미스 무샤이트에 온지도 열흘이 지났습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도시는 조용하고 차분합니다.
어느 날 새벽에 굉음이 들린 적이 있었는데, F15 전투기가 지나가는 소리인지, 후티발 미사일이 요격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네요.
외부인에게는 위험한 지역임에 틀림없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작은 소동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카미스 무샤이트에서 장비를 직접 운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비 성능과 기능, 그리고 사용방법을 정확히 숙지시키려는 목적이에요. 사우디 군은 본 교육을 통해 후티 공세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를 원합니다.
장비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기본 조작요령을 숙달시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들로부터 긴장감, 열정, 의지라고는 느낄 수 없습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부터 최신식 무기를 구입하고도 후티에게 번번이 당하는 오합지졸 군대라는 오명을 새삼 인정하게 되네요.
(참고로 후티는 비교적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면서도 풍부한 실전 경험,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질적 수준은 사우디 군 대비 절대 우위에 있습니다.)
이 중 장비를 수년간 운용해 본 한 명은, 그동안 실전에서 있었던 전투 장면을 웃으며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파키스탄, 수단 등에서 온 용병이 목숨을 건 최일선 지상전투를 하고, 사우디 군은 보통 한 발 떨어져 전투기와 미사일을 통한 공습을 하기에 절박함과 부담감이 적을 수밖에요.
하지만 이들 또한 전쟁 희생자가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안정된 직장, 약한 업무강도에 이끌려 자원입대한 것이겠지만, 이들 하루하루는 알라의 이름으로 왕국, 국왕 안위를 위해 바쳐지는 것이겠지요.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싸워야 하는지, 어떤 이해관계와 원한이 얽혀 있는지?’ 단 한 번 고민하지도 못한 채, 적을 해치는 순간 본인도 모르게 억눌려온 욕망을 발산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하겠죠.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여유롭지만 순하고 친절했던 그들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이들이 누구도 해치지 않고 이들 중 누구도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 장비가 전쟁을 억제하고 사람과 자산을 지키는 데 잘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덜 사용되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