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푹푹찌는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며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이 미용실은 강남 살기 시작하면서 계속 다니던 곳인데, 어느새 5년정도 다니고 있다. 처음 미용실 갔던 날 이 미용실도 딱 오픈 초기였기에, 선생님이랑 꽤 많은 유대가 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머리 자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선생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르던 가위질을 멈추고 머리를 이리저리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무언가 결심한 표정으로 내게 거울을 보여주며 왼쪽 귀 위로 동그랗게 머리가 빠졌다고한다. 눈을 살짝 돌려 거울을 봤더니 정말 머리가 빠져서 살짝 하얗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머리가 멍해져,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지난 달까지만해도 그런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아마 갑자기 빠진 것 같다며 내게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냐고 물으시더라.
최근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비언어적 표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소와 미묘하게 다른 말투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문제는 난 회사에서 팀장을 맡아 하고 있다. 회의를 한 번 진행하게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스트레스 레벨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얼마전 하루는 팀원들에게 공지를 하던 중, 그들의 표정이 이상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내가 A라는 단어를 B라고 말했더라고 한다. 난 말하기 전에도, 말하는 도중에도 분명 A라고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생각했기에 적잖이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 머리 어딘가에 구멍이 난 것 같다. 다음 주엔 심리상담을 받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