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
나의 육아휴직 목표 중 특히 나에게도 훈련이 필요한 습관이 있다. 바로 '주변을 정리하는 습관'이다. 나는 정리정돈이 잘 되지 않았다. 맥시멀리스트로 물건은 많이 사면서 아까워서 잘 버리지도 못한다. 정리가 되지 않으니, 물건을 찾지 못해 구입한 적도 많다. 나는 나의 이런 점에 대해 늘 의식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장인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낸다. 회사 다닐 때는 보이지 않거나 보여도 애써 외면하였던 집안의 더러움이 집에 있으니 왜 이렇게 잘 보이는지... 집의 거실, 특히 우리 집의 거실에서 피아노 위는 정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느덧 피아노는 수납장이 되어 있었고, 주방의 서랍은 문 열기가 두려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의 법칙은 집에서도 통하였다. 책상 위에 물건이 너저분하게 있으면, 가족들은 거기에 계속 물건을 올리고 책상은 더욱 더러워짐을 여러 번 목격했다. 과거 정리되지 않은 우리 집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솟아났었다. 그래서 이번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나는 결심했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정리 정돈하는 습관을 기르자고.
처음에 내가 진단한 우리 집의 상태는 하루 날 잡아서 청소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청소하다가 쓰러질지도 몰랐다. 그래서 매일매일 나의 목표에 정리하는 것을 포함하였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날에는 주방의 첫 번째 서랍, 두 번째 날에는 두 번째 서랍, 세 번째 날은 피아노 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랬더니 한 달이 지나면서 우리 집은 몰라볼 정도로 깨끗해졌다. 깨끗한 상태에서는 깨끗함을 유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리도 쉬웠다. 민제가 집의 정리된 모습을 보고 했던 말은 아직도 나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엄마, 집이 깨끗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요
매일 조금씩 계속해서 정리를 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우선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굳이 보이는 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외투를 매일 입지 않는다면 굳이 눈에 보이는 옷걸이에 걸 필요 없이 옷장에 있으면 된다. 잘 쓰지도 않는 물건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니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자주 쓰는 물건은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의 효율이 올라간다.
또한, 동일한 종류의 물건은 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우리 집은 약봉투가 늘 너저분하게 여러 군데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연고를 찾으려면, 방안 서랍, 주방, 선반 세 군대를 뒤져야 했다. 하지만 약의 종류를 모두 모아 한 장소에 두고 약 종류별로 분류를 하여 정리한 이후에는 더 이상 약을 찾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정리정돈은 그 방을 쓰는 자신이 직접해야 한다. 한때 나는 정리정돈 업체를 불러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청소를 해보니, 정리정돈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해야 유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이 물건을 자주 쓰는지, 이 물건이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는 나만이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썼던 물건을 제자리에 둔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키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남이 나의 공간을 정리한다면 내가 편한 방식대로 물건을 사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시 주변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엄마가 아이들 방을 대신 정리할 경우, 금방 다시 더러워지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정리정돈 노하우>
자주 쓰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눈에 보이는 곳에서 치워라.
같은 종류의 물건은 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
정리정돈은 자신이 직접 해야 유지가 된다.
내가 좋아했던 웹툰 중에 [주부육성중]이라는 웹툰이 있다. 거기서 나왔던 명대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공간에 살아야 합니다.
청결하고, 정돈되고, 하루에 얼마간 창을 열어 햇빛과 바람을 들이고
깨끗한 재료를 조리해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게 주부의 일이잖아요
육아휴직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매일 모든 창문을 열어 집안 전체의 공기를 환기시키고 조금씩 청소를 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정리되지 않은 우리 집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하였는데, 이제는 내가 머무르는 공간, 나의 집에 더욱더 애정을 가지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리창 한번 닦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 나는 걸레를 들고 여기저기 닦고 있었다. 심지어 청소를 통해 더러움이 없어질 때 느끼는 쾌감도 느끼고 있다. 하루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매일 쓸고 닦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청소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여전히 우리 집은 깨끗하게 유지 중이며 나와 우리 아이들은 정리정돈 습관을 기르기 위해 오늘도 정리하고 있다.
마스다 마츠히로의 '행복한 자장을 만드는 힘 청소력'이라는 책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치우는 청소의 개념을 우리의 인생에 접목시킨 책이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 상태와 우리의 방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자장(磁場)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집청소뿐만 아니라 각종 고민거리들을 깨끗이 청소하면 인생 자체가 바뀐다고 조언한다. 나는 정리정돈되고 깨끗한 우리 집을 보며, 충만함과 편안함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우리 집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깨끗한 공간에서 생활하니 필요 없는 고민거리도 청소가 되는 기분이다. 나와 우리 아이들은 집안 정리뿐만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도 잘 정리하여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오늘도 조금씩 정리정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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