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밖 승부1

<대회 중>

by 샤인진

홀려버린다.

게임을 하긴 했는데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뭘 하고 온 거지?

하고 싶었던 기술도, 지금까지 배워 갈고닦았던 나의 멋진 스윙도 제대로 못해보고 끝이나 버렸다.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얼굴이 붉어진다. 허무하다.


벤치가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결론은 '그렇다.'

벤치는 경기 밖에서 흐름을 읽어내는 또 다른 눈이다.

긴장과 새로운 상황에 한 눈 팔고 있을 때 정신 차리게 돌려놓고 수정해 준다. 함께 경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아! 맞다 참!' 잊고 있던 감각을 살려내 준다. 꽉 막혀 답답했던 도로가 뻥 뚫리듯 막막하던 게임이 갑자기 술술 뚫린다.

생활체육은 따로 감독이나 코치의 정식 벤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 뒤에서 나의 경기를 봐주고 분석해 주는 벤치가 있다면 굉장히 축복받은 사람이더라.



코치님.

내가 어떤 기술을 자신 있어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평소 게임을 함께하는 동호인 분들.

플레이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분석이 가능하다.


고수.

파악하지 못한 한 수, 두 수를 보신다. 무엇을 시도하면 좋을지 알려줄 수 있다.


없는 게 나은 벤치도 있다.

이건 벤치가 아니라 오지랖이고 참견일 수도 있다. 더 복잡스럽다.

생활체육은 이런 상황이 흔하기 때문에 조금은 흘려들을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 관심을 가져준다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다.



대회에서는 당장 자세를 바꿀 수 없다. 안 하던 기술을 갑자기 구사할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에서 해결해야 한다. 대회에서 가장 좋은 벤치는 신뢰감 있는 사람이 '작전'을 말해주는 거다.


상대의 약점 공략.

"상대 포핸드 실수가 많잖아. 계속 포핸드로 줘. 서브도 포핸드로 보내!"

"커트싸움 붙으면 계속해! 안 밀리니까"


무조건 한 점 따기.

탁구 세트 2대 2에 10대 9 상황. 한 점만 내면 끝난다.

"훅서브로 오른쪽 길게 주고 오면 포핸드 공격!"

"잘하고 있어. 자신 있는 서브 넣고 가운데 코스로 보내!"


실수 체크

"상대 서비스 커트 양이 보기보다 많아서 실수가 많이 나오고있어. 더 밀어 길게 쭉!"

"상대 수비가 좋아. 한 번에 안 끝나 계속 넘어온다고 생각해!"


호루스의 눈처럼 제3자의 눈으로 도움을 받는다. 이겼던 경기를 곱씹어보면 벤치 덕분에 승리했던 경기들이 많더라. 원래 훈수 두는 사람이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처럼 바로 앞 나뭇잎만 보는 나와 다르게 호루스의 눈은 경기장 숲을 아우르고 있다.


직접 경험해 보면 벤치가 있고 없고 차이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혼자가 아니니 당연히 승리는 우연이 아니라 방향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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