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타임을 쓴다

<대회 중>

by 샤인진

타임.

굉장한 효과가 있더라.

상대의 흐름이 나에게 넘어오는 찰나의 시간이다.

넘치지 않는 규칙의 허용선에서 타임은 승리를 '호' 불어넣어 준다.

운동경기는 흐름이 넘어갔다 넘어왔다 너울 치는 파도다.

지고 있을 때 적재적소 사용하면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충주. 배드민턴 대회.

크게 지고 있었다. 25점 경기에 12대 5. 거의 상대의 파도에 먹힌 상황이었다.

"심판님 타임!"

파트너와 흐름을 끊었다.

"미선아. 물 마셔. 지금 상대가 잘했다기보다 우리 실수가 더 많아. 너무 잘하려고 해서 그런 가봐. 단순하게 가자. 그냥 놓고 때리자!"

"응! 언니가 앞에서 만들어주면 뒤에서 내가 때릴게."

서로 야무진 눈빛을 교환하고 다시 코트로 들어갔다.

약속한 대로 한다. 나는 만들어주고 미선이는 공격한다.

순식간에 동점이 되더라. 흐름이 넘어왔다. 파도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겼다.

흐름을 끊은 한 번의 타임, 그게 승부였다.



이 일화는 그 장면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감동시킨 것 같다.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만나면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언니 둘 완벽하게 졌다 생각했었는데 타임으로 흐름 끊더니 갑자기 다른 사람이 돼서 역전하는 거 나 봤어."

"이 언니들 그때 대단했잖아. 왜 그렇게 매일 우승하는지 알겠어."

그렇게 인상 깊었나 보다. 만날 때마다 이야기해서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완벽하게 지고 있다가 타임 쓰면서 작전 딱 짜고 바로 역전하는 플레이. 캬 너무 멋있었어."

계속 들어도 좋긴 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몰아붙이니 상대가 타임을 외친다.

상대 타임은 우리가 잘해서 흐름을 뺏어오기 위해 타임을 요청한 것이다. 넉 놓다가는 그냥 넘어가는 수가 있기 때문에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더라. 알고 있으면 끝까지 방심하지 않을 수 있다.

"미선아 우리가 잘해서 타임을 끊은 거야. 알지? 더 집중해서 1점 더 따보자. 잘하고 있어! 파이팅!"

흐름을 갖고 싶어 하는 상대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임 이후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소위 말리지 않았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청주 탁구경기 중.

상대가 혼자만의 타임을 한다.

갑자기 양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달리기 자세를 취한다.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총총 제자리 뛰기를 시작한다. 주위를 돌며 뛴다. 후후후 호흡하며 돌다 초등학교 앞 과속 카메라에 반응하듯 탁구대 앞으로 속도를 줄이며 들어오더니 서브를 넣으려고 했다.

'뭐지? 지금 저 서브 받으면 휩쓸릴 것 같은데' 여자만의 능력, 예민한 촉이 반응한다.

순간 오른손을 들어 "잠시만요." 흐름을 멈춘 뒤 리시브 자세를 천천히 취했다. 눈 뜨고 썰물에 던져질 뻔했다.



생체에서 배드민턴과 탁구는 원할 때 타임을 끊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들도 있다. 타임 사용 목적은 흐름을 내 것으로 유지 그리고 가져오는 것이다.

경기하다 보면 특히 지고 있을 때는 여유가 없다. 타임 써 볼 세도 없이 경기가 끝나있던 경우가 많다.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면 타임파도 맛을 알게 된다.

시기적절 타임으로 승리의 확률을 높여보자!



이전 19화반칙을 만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