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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ira Jul 23. 2024

나의 큐슈(九州) 여행기

나의 첫 큐슈 여행기, 2일차 나가사키

오늘은 숙소 근처의 편의점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

후쿠오카 하카타 역으로 걸어갔다.


JR Kyushu Pass를 소지하고 있어서 목적지까지 가는 열차를 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내 매장에서 밥, 채소, 생선이 담긴 도시락을 샀다.

일본 각 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객차에서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내심 마음이 부풀었다.


여정 중 두 번 환승을 하였지만 운이 좋게 첫 번째 환승 후 신칸센이 아닌 일반 열차에서

농촌 풍경을 구경하면서 약간의 덜컹거림을 느끼며 도시락을 즐길 수 있었다.     


나가사키 역에 도착하니 성당과 수녀그림의 스테인드글라스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 국제무역의 중심지답게 천주교 성지, 데지마(네덜란드 상인용 개항장), 중국인 거주지 등

수많은 과거의 유물이 남아있는 도시인데 그중 하나의 징표였다.


가장 먼저 노면전차 1일 이용권을 구매한 후 데지마, 차이나타운, 당인거주지,

오우라 천주당을 둘러보았다.


당인거주지는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끝까지 가서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는데, 천후당 내에

중건 기념 비석에 새겨진 청나라 광서제의 연호를 보니 화교들의 해외이주 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아래 길거리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들을 보는 것은 덤이었다.


당인거주지를 둘러보고 차이나타운에서 나오기 전에 중식당에서 나가사키 짬뽕과 향신료

맛이 배인 중국식 만두를 먹었다.


식사도중에 한 단발의 여자분이 카메라 촬영을 요청하셨다. 지역 언론사 같았다.

식당 사장님은 그 분께 내가 한국 손님이라 촬영이 어렵다고 말리신다.

그러나 그 분께서 스리슬쩍 오시더니 또 요청을 하셨다. 촬영 의지가 강하신 분이었다.

혼자 짬뽕과 만두를 거하게 먹고 있는 나를 촬영하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거 같았다.

나도 약간 아쉬웠다. 일본어 좀 공부할걸. 기회의 신 카이로스여~!    


다시 전철을 타고 하차 후 언덕길을 걸어서 오우라천주당에 도착하니 개방시간이 종료되어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본 성당 건물의 문이 잠겨있어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영국에서 온 관광객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여 몇 컷 찍어주고 경황을 말하였더니 건너편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고 알려줬다. 일본 천주교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증이 발동하여 들어갔다. 계단을 타고 2층에 도달하니 때마침 저녁미사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성사를 본 지 오래되어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 미안했다. 우두커니 서 있으니

한 미사포를 쓰신 할머니께서 들어가자고 재촉하신다. 평일 저녁이라 노인 분들이 많이 계셨다.

일본의 성당 풍경도 게시판에 공지되어 있는 손으로 직접 쓴 미사 안내문과 포스터 등...

한국의 그것과 다르면서도 비슷하여 친근함을 느꼈다. 한국에서도 손글씨 문화가 부활하길 바라며.


성당에서 나오니 고양이 무리들이 있었다. 일본의 고양이들은 사람들과 친한 거 같다.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기에 다가가서 같이 쓰다듬었다.

나에게 붙임성 있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소통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같이 말을 할 수 없어 미안해..


자꾸 말을 해대서 어설픈 일본어로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수긍한다. 가방에 사탕이나 단 것이 없어서

필통에 남아돌던 새 볼펜 하나를 주니 그 아이가 고맙다고 하며 받아 쥐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미군 아저씨에게서 사과잼을 받았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을 저 아이도 느낄까

궁금했다. 이렇게 나만의 추억을 만들고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여행을 통해 매일 지내는 일상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자는 시간을 빼고 모두 움직이는 시간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밤엔 후쿠오카의 번화가 거리에서 조깅을 하며 젊음과 불금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예정이다.     


이렇게 오늘 간직한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며 여행기를 마친다.


Pic by Galaxy A23 / in Nagasaki, Japan


Revised on the 7th of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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