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 유예 선언

by 직장인lie프

직장생활의 고통을 조금은 덜어주고, 감정이 메마른 일터에서 슬쩍 웃게 만드는 묘약, 그것은 보람이다. 내 보람의 원천은 아무래도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 교사는 보람을 느낀다.


문제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속도가 정말이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나의 도움 없이도 척척 나아가는 아이, 몇 걸음 나아갔다 도로 물러선 아이, 학기 내내 꿈쩍 않는 아이까지. 아이들은 마침내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그러나 성장이라는 긴 여정에서 즉각적인 보람을 얻기란 쉽지 않다. 보람이 직장생활의 목표라면 그것을 이루기도 전에 지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람을 유예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가끔씩 반짝반짝 빛이 난다. 지난번 운동회 연습 역시 그랬다.

많은 아이들이 이걸 우리가 왜 해야 해? 하는 뚱한 표정이었지만

같이 해보자,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말에 못 이기는 척 일어났고, 나중에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열심히 구호를 외치며 복잡한 동작을 척척 소화했다.

아이들에게는 사소한 격려에도 최선을 다하는 순수함이 있다.


보람보다 더 소중한 역할을 이제는 안다. 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빛날 수 있도록 반사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