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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윤별경 Oct 08. 2024

늘 배가 고프고, 헛헛하다.

그래! 내가 니 어미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항상 가을을 심하게

앓고 있고, 늘 헛헛하다.

가을엔 먹을게 풍성하지만

늘 배가 고프다.

따뜻한 집밥이 그립다.

엄마와 남편과 아들과 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던

그 순간 그 시간들이 그립다.



아버지와 오빠가 여름에

돌아가시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마음이 아파 오기 시작했을 때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었다.

그땐 일에, 공부에 파묻혀 살았다.

친구들도 지인들도 차츰

연락이 끊기 만남도 줄어들었다.



16년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했을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을이 되면 마음이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2번째 가을이 오고 있는데도

아직 엄마의 곁을 돌고 있다.


9월

아들 학이 시작되어

한국에 오고 집에 일을

머물렀다. 녀석은 집에 오면

의례행사(?)가 있다. 

냉장고 청소를 해준다. 나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곁들면서.


냉동실에 있었던 엄마의 고추물금을

보며 버리자고 하였다.

"그거 할머니가 해둔 거야. 놔둬"

"엄마. 이거2년도 넘은 거네

아무리 냉동실에 있어도

오래된 거니 버려. 

할머니를 이젠 떠나보내."


엄마는 가을이 되면 마당이

놀이터였다.

깻잎. 배추. 고추. 무. 부추등

여러 가지 먹을 것들을

씻고 말리고 우선 먹을 것들과

나중에 먹을 것들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고 음식을 만들어

반찬을 내놓기도 하셨다.

엄마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냉동실에 있는 반찬거리와

손수 만드신 양념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지금도

조금씩 먹고 있다.


그 기억들을 따라

요즘의 나는 새벽이나 저녁이면

마당이 놀이터가 되었다.

남편과 나 둘 뿐이기에 양을 줄여

마당에 심어놓았다.




아침 일찍 아들이 보고 싶어

보이스톡을 눌렀다.

자고 일어난 아들이

"응 엄마. 아침 일찍 전화했네!

출근 안 했어?뭔 일 있는 거야?"

 

그래. 내가 니 미다. 녀석아

네가 보고 싶어 했어.


아들이 안심한 듯

"어머니. 전 잘 있습니다.

매번 카톡 하다가 전화 와서

뭔 일 있는 줄 알았.

제 목소리 그리우시면

가끔 전화 셔요.

이른 아침은 피해 주시요.

자다가 심장에 무리옵다.

수고하십시요! 어머니.!"


그래 어쩌면 내가 살아야 할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단연코 너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오빠도 잘 모

끝맺음을 잘해주었다고

생각하기에, 이제는 내 아들을

조금 더 그리워하고

살아야지. 물론 지금처럼

마음의 거리를 두면서말이다.


매년 가을이 아파오겠지만,

올해는 조금 덜 아프고

내년에 조금 아프기를

본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녀석의 애미로 지내야겠지.

엄마가 해주신 고추물금과 고추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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