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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제사도 없는데, 난 왜 명절음식을 하고 있나?

오늘의 부엌은 잔치 중입니다!

by 빛나는 윤별경


오늘도 부엌에 서 있다.

명절 제사도 없는데

손은 여전히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친다.

누가 오지도 않는데,

냄비에는 끓는 소리가 가득하고

부엌엔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왜 이리 열심히 음식을 만들까?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손을 멈출 수가 없다.

불 앞에 서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냄비 속 재료가 익어가는 걸 보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명절연휴가 시작되면

"차들이 많이 다니니, 나가거든

안전하게 다니라"

이야기를 해주던 아버지.


어제저녁 오빠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랜만에 오셔서

"재진 보고 싶어서 왔어.

보고 싶네. 친구 녀석이"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났건만

아주 가끔 찾아주는 오빠친구들.


명절음식재료들을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하시는 엄마.


명절전날 음식 만들 때

엄마는 나물을 하고

내가 전을 굽고 있으면

아들 녀석이 방에서 조르륵 나와서

"엄마 전담당은 나야"

하며, 매번 전을 구워준 아들.


그 그리움들을 담아서

어쩌면 명절음식

하는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밥상이 아니라,

남편과 나의 하루를 다독이는

작은 의식처럼 행한다.

그렇게 반찬통을

하나씩 채워놓고 나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명절은 아니지만,

나의 부엌엔 오늘도

따뜻한 잔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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