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면

내 마음도 젖는다.

by 빛나는 윤별경


병오년! 복많이 받으세요!



비가 내렸던 느 일요일 오후

남편과 거실에 나란히 앉아

슬의생 2 재방을 보다가 남편이

"당신은 비 오는 걸 싫어하지?"

"응. 난 비가 오면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지네."

"비 오는 날에 대 특별한

일이 있었나?"


가만히 나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특별한 고나 아픔이 없었지만,

기억의 저 너머에

아주 어릴 적 기억과 닿아 있

것을 떠올렸다.




국민학교 입학 전 겨울날이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온 저녁에

부엌 한편에 마련된 수돗가에서

찬물로 세수를 하고 있었다.


윗내복 소매가 물에 젖어

엄마를 불렀다.

내복을 갈아입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했던 우리 집에는

가족들의 내복이 단벌뿐이었다.

“지배가 조심성도 없이

옷을 다 베리고 씻노?”

엄마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혼내었다.

그날의 추위와 서러움,

그리고 미안해졌던 마음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유난히 나는

옷이 젖는 걸 싫어하게 되었고,

비 오는 날엔 밖으로 나가는 것도

꺼리게 되었다.

비가 오면 마음까지 함께

젖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빨래를 한다.

비가 오지 않아도,

옷이 크게 더럽지 않아도

세탁기는 하루에 한 번 돌아간다.

물에 젖은 옷은 말려서

다시 입어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세탁기를 돌렸다.

그래야 나의 마음이

깔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가끔 말한다.

“또 세탁기 돌리나?"

“옷을 자주 빨면 섬유가 상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참지를 못한다.

젖은 옷을 그냥 두는 게,

옷이 마르는 걸 기다리는 게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내복도, 옷도, 충분히 있지만

몸은 여전히 어린 시절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젖은 옷은 곧바로 벗어야 하고,

불편함은 참지 않아도 된다고

나 자신을 위로했던것 같다.


하루에 한 번 돌리는 세탁기는

어쩌면 나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바로 갈아입어도 돼.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나 때문에 라는 자책

하지 마! 혼냈던 장모님

잘못도 아니고, 세수하다 젖은

어린 시절의 당신 잘못도 아니다.

당신은 미안함이 음속 깊이

배제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옷에 물 조금이라도

묻으면 찝찝해서 참지 못하고

바로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쟎어. 그리고 물 묻은 옷은

세탁기로가거나 손빨래하잖아.

비 오는 날은 극도로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나가더라도 옷이 비에

젖을까 봐 꽁꽁 싸매고 나가잖아.


거기에서 조금씩 벗어났음 해

비 조금 맞아도 괜찮고,

옷은 젖어도 말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아갔으면

좋겠다."


남편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세탁기를 돌린다.

섬유보다 마음이 먼저

상하지 않도록.


그리고, 이제는

세수하다 옷이 젖으면

그냥 말려도 보고,

비가 오는날은 비를 피하지 않고,

비를 조금 맞아보아야겠다.

불편하면 바로 돌볼 줄 아는

어른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