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본 후
작년 11월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과목의 교수님께서 리포트를
작성하라고 하셔서 제출했던
내용의 일부분이다.
2) 나에게 영향을 미친 세 사람을
생각해 보고, 나에게 어떤 영향
(긍정적 또는 부정적)을 미쳤는지
설명과 함께 써 봅시다.
1. 옆집아저씨입니다.
옆집 아저씨는 아주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술만 먹으면 정도가 심하였습니다.
국민학교1학년 어느 날밤
술이 취한 아저씨 고함소리와
아주머니를 때리는 소리.
아주머니의 비명 소리와
그리고 울음소리가
깊은 밤 크게 들려왔습니다.
어린 나는 귀를 막고
"엄마! 무서워"
무서워하는 나를 엄만
꼭 껴안아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소리들이 들리지 않았어요.
그때
우리 집 방문을 열어젖힌
아주머니가 발가벗긴 채,
온몸이 피범벅인 채로
간절한 눈빛으로
엄마를 보며 말하였지요.
"아지매! 살려주이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고,
가슴 쪽과 다리에 피멍이 든
아주머니를 보게 된 나는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기둥에 묶여 옷을 다 벗긴 채
맞고 있었던 아주머니는
술이취해 잠이든 아저씨를 피해
겨우 줄을 풀고 우리 집으로
도망쳐 왔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엄마옷을 입혀주었고,
기절한 나를 동치미국물을
마시게 하여 난 깨어났습니다.
단칸방인 우리 집은
여기 있으면 아저씨가
알게 될 테니
동네 담배굴에 있다가
날이 밝으면 어떡할 건지
생각을 해보라며, 이불을 주며
같이 따라가 주었습니다.
며칠 후
담배굴에 계속 있던 아주머니는
연기에 질식하여 죽게 되면서,
동네에선 난리가 났었습니다.
엄만 옆집아주머니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한동안 힘들어
하셨습니다.
어렸을 때의
그날의 일들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공포로 남았고, 낯선 남자를 보면
두려움이 있어 한 걸음 떨어져
다니거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전남편의 외도와 폭력은
그 공포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결혼도 내려놓았었다.
믿지 않겠다는 결심은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닌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아들과 산 시간들은
15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외로움보다 먼저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은
나를 이전보다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나의 과거를 캐묻지 않았고
두려움을 고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해하려 했고,
기다려 주었다.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남편과의 결혼은
‘좋은 남자를 만난 이야기’가 아닌
상처 입은 나 자신을
다시 믿어보기로 한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아직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그날 기절했던 아이가 있다.
나는 이제 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무서워했던 건 당연했다고.
난 여전히 사람을 조심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믿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두려움과 함께 살아온 시간만큼,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