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퇴사 일지

공무원면직

by 훈원선


2019년,

뉴스기사엔

역대 최대 경쟁률이 헤드라인으로 뜨며

공무원 시험이 가장 핫했던 시기 중 한 해였다.


유난히도 폭염이던 한여름,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엉덩이에 전체에 땀띠가 나

몇 년 만에 피부과도 들락거렸다.


그 와중에도

이 정돈 힘든 것도 아닌데 왜 나지? 했는데

부모님은 혀를 끌끌 차며

더우면 덥다고 에어컨 설치해 달라고

떼 좀 쓰며 살라고 하셨다.


그런 수험생활을 거치고

대학교 휴학하고 26살에 합격했다.


그래도 난 늦은 줄 알았고,

얼른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싶었다.


이것도 해냈는데 앞으론 더 잘 해내겠다는

열정과 패기로 가득했다.


정식발령이 아닌 중간발령으로

갑자기 집에서 한 시간도 더 걸리는

깡시골 학교로 배정받았다.


첫 전화받은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출근을 하라고 했고, 운전은 할 수 있냐고 했다.


다행히 쉬는 동안 면허를 따놔서 다행이었고

차가 없으면 출근이 어렵단 말에

부모님이 대신 급하게

중고차를 구해주셔서 출근을 시작했다.


우당탕탕이지만

역시 사회는 이렇구나,

걱정보다 설렘과 기대가 더 컸다.


인수인계를 받으러 잠깐 들르라 해서

부모님이 손수 데려다주셨고


나 혼자 들어가겠다는 걸

아버지가 음료수를 양손에 들고

굳이 따라오셨다.


우리 딸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린다며

동년배 실장님께 기분 좋게 인사를 드렸다.


내 나이가 몇인데, 회사까지 굳이 왜라는

생각에 속으론 민망했지만

한편 아빠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낯설고 놀라기도 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우리 엄마가 애 낳고도 난 나이라며 핀잔 두셔도

얼마나 물가에 놓은 아이 같고

애지중지하신 마음인지 느껴지니

가슴이 참 아릿한 장면이다.


곳곳에 먼지 낀 낡은 갈색 소파에 앉아

기다리며 느낀 감정은 참으로 생생하다.


반쯤 열린 창문 뒤로 해진 방충망 사이로

꼬끼오—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조그만 내부를 둘러싼 공기는 조금 서늘했으며

눈앞에 흩뿌려진 색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이런 걸 잿빛이라고 하나.


담배연기도 없는 분명 맑은 학교지만

아, 이게 사무실이구나. 회사구나라는

인상의 조각이 가슴에 콱 박히었다.



이날은 몰랐다.


주말을 축하와 설렘으로 보낸

월요일 정식 출근날에 알았다.


전임자가 뒤도 안 돌아보고 탈출한 자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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