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일상적인 조경이야기(6)

조경이 머무는 공간들(1)_ 공원을 바라보며

by 초록아이

지난 글에서는,

조경이라는 일을

조금 더 가까이 전해보고자

실제 조경이 적용되는 공간들을 중심으로

차분히 짚어보았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크게 네 가지 분야로 구분해 소개드렸지만,


이 모든 영역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일은

조경을 조금 더 쉽게 전하고자 했던 제 의도와는

다소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중에서도 조경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분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아마도 조경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상은

단연 "공원"일 것입니다.


도시 속에서 가장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는 그냥 "공원"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그 기능과 주제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글에서는,

그 복잡한 구분보다는, 우리가 체감하는

그 "공원"의 의미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공원은 조경의 전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시공, 그 이후의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기술자로서

조경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공원에 나무 몇 그루 심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한 "좋은 공간" 완성을 위해

수없이 많은 대안들을 고민하고,

끝없는 피드백을 거쳐 다듬어진

조경의 공간 창조 작업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설계내용 설명 스케치 (작성자의 동의를 구한 이미지)

아주 오래전,

제가 사는 아파트단지 내 "중앙공원"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관심이 있어 공사 조감도를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사실 상당히 실망을 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시선으로는,

별 다른 고민 없이 수경시설만 가득한

조금은 성의 없어 보이는 공간계획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공사가 완료되어 공원이 다시 개방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닥분수를 포함한 다양한 수경시설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모두 즐겁게 그 공간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평촌 중앙공원 바닥분수 (이미지 출처 : 안양시청 홈페이지)

처음에는 디자인의 철학이나 공간의 의미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게 좋은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공원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충분한 위안과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깊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꼭 세심하게 다듬어지지 않더라도,

이런 공간이 도심 곳곳에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일상은 한결 더 여유롭고,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아주 예전에는

공원이나 녹지 공간이란,

핵심시설을 배치하고 남은 비어있는 공간에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 맞춰

형식적으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삶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에 대한 인식 또한 더욱 성숙해졌습니다.


이제 공원은 단순한 여유 공간이 아닌,

일상에 지친 도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그 위상 또한 크게 높아졌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조금 더 마음의 욕심을 내어봅니다.


지금의 도시공원은

도심 곳곳에 점조직처럼 흩어져 있어

다소 외롭게까지 느껴집니다.


현재 도심을 이루고 있는

"섬 같은 공원"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이 되고,

그 안에 도심이 살며시 스며드는_


"도심 속의 공원"을 지나,

"공원 속의 도심"을 당당히 그려나갈

앞으로의 우리 모습을

오늘은 기분 좋게 상상해 보고 싶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도시 전경(이미지 출처 : 프라이부르크 관광청)

개별 공원 조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엔

다소 아쉬움이 있어

공원과 공원 사이의 연결,

그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잠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엔,

조금 다른 결의 "공원"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알고 계신

지리산, 설악산과 같은 국립공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전국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한 타당성 조사가

한 번에 모두 발주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대상 공원이 20개소가 넘다 보니

국내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회사가

하나씩 업무를 나눠 맡는

꽤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무렵 제가 근무하던 회사는

소백산과 주왕산을 담당하게 되었고,

규모가 큰 공원은 단독으로,

비교적 작은 공원은 두 곳씩 묶어

하나의 용역으로 발주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절 들었던 흥미로운 일화 하나.

대부분은 한두 곳의 대상지만 조사하면 되었지만,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을 맡은 회사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이 공원은 섬들로 이뤄진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사방으로 흩어진 현장을 일일이 조사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어떤 회사보다 훨씬 더 고생이 많았다는

에피소드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_ 완도, 보길도 코스 (이미지출처 : 국립공원공단)

아마 제가

"조경에서 국립공원 일을 합니다"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또 이렇게 물을지도 모릅니다.

"국립공원에도... 나무 심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아니요, 국립공원엔
제가 심지 않아도 나무는 정말 많아요.
우리가 하는 일은,
보전이 필요한 지역은 더 철저히 보호하고
훼손된 곳은 정비하며
꼭 필요한 시설은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신중하게 계획하는 일이에요.
말하자면,
국립공원이라는 넓은 숨결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작업이지요."


사실 제가 이렇게 국립공원의 일화를

조금 장황하게 전해드린 이유는


도심 속 광장이나 근린공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들뿐만 아니라,


국토 전역에 걸쳐 있는 방대한 규모의

자연공원(국립·도립·군립공원, 지질공원)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일까지도


조경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속리산국립공원_ 관음봉과 서북능선(이미지 출처 : 국립공원 공단)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조경과 가장 친숙한 공간인

"공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사실 공원이란 주제 하나만으로도

기능과 성격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종류와 역할을 하나하나 풀어보기만 해도

글 한 편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오늘은

공원이란 이름 안에서도

그 역할과 접근 방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물어본다면요.

"공원은... 조경에서 하는 일이죠?"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맞아요.
공원은 조경이 정말 잘하는 일이죠.
하지만 저는,
공원 하나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안 씨가 머무는 모든 하루 속에
공원의 숨결이 스며들 수 있도록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 되는 그날까지,
천천히 도시의 결을 이어가고 있어요."
작성자의 동의를 구한 스케치입니다.

오늘로써, 아이유의 질문에 대한

네 번째 대답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이 연재는

"조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각 주제마다 그에 대한 한 줄의 대답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개인적인 여정입니다.


그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회차마다

한 켜, 한 켜 쌓아 올린

정성스러운 답변들이


언젠가 마침내,

조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이어지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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