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일상적인 조경 이야기(7)

조경은 머무는 공간들(2)_ 관광지를 들여다보다

by 초록아이

조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께

이 일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는지

조금 더 가까이,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우리 일상 속에서 자주 마주하는 공간인

"공원"을 살펴보았고,


오늘 두 번째는

관광·여가 분야 중에서도,

많은 분들에게 다소 익숙한 공간인

"관광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일은 실무적으로 오랜 경험이 있는 영역이며,

"조경에서 이런 일도 하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새로 부임하신 대표이사님께

우리 부서업무를 직접 설명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조경부에서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던 중

대표님께서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 이랬습니다.

"조경에서 관광지도 하나요?"

프로젝트 수행 중 해외사에서 제공받은 사진 재촬영(1998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현재 국내 대부분의 관광(단)지는

그 지정 단계부터 조성계획 수립에 이르기까지

조경에서 전반적인 계획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초 대상부지 선정 및 입지여건 분석부터

컨셉설정, 도입시설 선정 및 규모산정,

공간구성과 세부 시설배치에 이르기까지_


관광지 조성을 위한 전반적인 과정은

모두 조경전문가의 책임하에 이루어집니다.


물론, 최종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각종 영향평가, 공종별 설계, 사업성 분석 등

도시계획, 환경, 교통, 단지설계, 컨설팅과 같은

다양한 전문분야와의 협업은 필수적입니다.


이 모든 분야를 조율하고 정리하며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

그 중심에 서 있는 사업책임기술자가

바로 조경 전문가입니다.


파인비치 CC 비치코스 6번 홀 (이미지 출처 : 오시아노 관광단지 홈페이지)

예전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이야기하던 중,

본인이 최근 다녀온 골프장이 무척 좋았다고 하기에

골프장을 포함한 전체 관광단지 계획을

제가 맡아 진행했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친구를 다시 만나

제가 요즘 이런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슬며시 웃으며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그때 네가 그 관광단지 했다고 했잖아,

나는 그냥 그 안에 나무 심는 조경인 줄 알았지."

오시아노 관광단지 조감도(2006년)

나름 자주 만나는 친구였고,

평소에도 조경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한 것 같은데

여전히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제 친구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건,

제가 그 관광단지 전체 계획을 수행하던 중에

단지 내부 조경설계 용역이 별도로 발주되었습니다.


당시 전반적인 내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저희 회사도 당연히 공모에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조경설계사무소가 당선되었고,

그 일로 윗분들에게 질책을 받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디자인 감각이나 기술적인 완성도 면에서

그 회사가 저희보다 더 나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경이라는 업역이 그만큼

담당하는 영역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회사마다 전문성과 강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위안을 삼았던 것 같습니다.

조경설계 당선작 이미지(한국관광공사 제공)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은 또 이렇게 질문할 것입니다.

"관광지를 왜 조경에서 하나요?"


관광지와 같은 복합공간을 계획하는 일은

대상지의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고,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시설을 도입하며,

효율적인 공간체계를 구축하는 등...


종합적인 기술적 분석과

감성적인 이해가 함께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예전에는 도시계획에서 주로 맡아서 수행했고

건축이나, 관광 컨설팅에서도

수행은 가능하다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

공간에 대한 철학과 이해도,

그리고 디자인적 감각 측면에서


"조경 분야"가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관광지 관련 용역 발주 현황을 보면,

가장 중요한 위치인 "사업책임기술자"가

대부분 "조경분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지자체 등 관련 행정 실무에서는

"관광지 계획은 조경이 담당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프로젝트 수행 중 해외사에서 제공받은 사진 재촬영(1998년)

그다음으로, 관광지 개발사업은

복합적인 기능을 수반하고,

여러 분야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수적인 과업입니다.


조경분야는 일상 속 다양한 공간들을

계획하고 설계해 온 오랜 경험을 통해,

타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협업능력을

자연스럽게 축적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다양한 전문 분야와의 효율적인 소통은 물론,

전체 공간 구조의 조율 및

통합적 기획을 수행하는 데 있어

조경이 탁월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관광지 계획과 같은 과업을

조경 분야에서 주도하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우며,

실무적으로도 적합한 방향이라 생각됩니다.

프로젝트 수행 중 해외사에서 제공받은 사진 재촬영(1998년)

조경분야의 역할을 설명하는 내용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조경은, 개발과 보존의 갈등관리자이다."


조경이라는 학문은

무엇보다도 "자연환경의 보존"을

기본 바탕에 두고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관광지와 같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 자연환경을 훼손하게 되는 모순 속에

늘 스스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정부정책 등 여러 제반 여건으로 인해

개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 책임은,

개발 중심의 성향이 강한 타 분야보다는

"보존"을 근간으로 하는 조경에서 맡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지속가능한 개발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분야가 조경이기에


이런 갈등 상황에서도

조금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정말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 봅니다.


오늘 같은 날

아이유가 이렇게 묻는다면요.

"조경에서... 관광지도 하나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네,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즐기는 공간을
더 편안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일,
그건 조경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감성,
공간을 이해하는 디자인적 시선,
그리고 자연을 지키는 책임까지

이 모든 걸 함께 고민하는 게
바로 조경이니까요."
프로젝트 수행 중 해외사에서 제공받은 사진 재촬영(1998년)

오늘은 조경이 하는 일 중 하나인

'관광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사실 관광지 계획은

조경 업무 전체에서 보면

그리 자주 접하는 과업도 아니고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아주 크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많은 분들이 여전히 낯설게 느끼는

조경의 역할을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알려드릴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경이 다루는 일과 대상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중 앞선 글에서는,

가장 익숙한 '공원'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조금은 낯설지만,

조경의 또 다른 모습인 '관광지'를

차분히 살펴보았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 외의 분야들도 하나씩

조심스럽게 풀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해드린

공원과 관광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생각보다 더 넓고,

조금 더 깊을 수 있다는 것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조경은,

누군가의 발걸음이 머무는 자리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느리게 마음을 건네봅니다.

프로젝트 수행 중 해외사에서 제공받은 사진 재촬영(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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